[시론] 對北경제정책 로드맵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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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炳椽 < 서울대 교수·경제학 >
지난 몇 개월간 북한과 관련한 중요한 합의들이 이뤄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 불능화와 북·미 관계 개선 노력에 대한 2·13합의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안타까움은 있으나 이 합의가 잘 준수돼 발전되면 남북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한·미 FTA 타결에 있어서 역외가공지역의 특혜관세 부여 여부를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는 합의는 개성공단을 위시한 남북경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이에 한껏 고무돼 있는 분위기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평화공존이 이뤄진다 해서 조만간 북한이 체제이행을 할 것처럼 과단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체제이행을 시도하려면 최고권력자를 포함한 엘리트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그들은 북한의 경제난과 빈곤을 미국 탓으로,자연재해와 구(舊)소련권 붕괴 등과 같은 외부 요인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믿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대북지원은 체제연장을 넘어서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그러면 현 상태에서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정부는 무엇보다 북한 경제의 실상과 향후 시나리오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부합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 국민소득의 30% 이상이 하락하는 등 미국의 대공황(大恐慌)보다 더 심한 침체를 경험했던 동구(東歐) 체제 전환 국가들의 공통적인 문제는 이행전략과 정책의 로드맵이 없었다는 것이다. 갑자기 체제이행에 맞닥뜨리다 보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경제는 침몰했다.
이에 반해 북한은 다른 체제이행 국가들의 실패와 성공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실제로 이행의 승패에 영향을 준 3대 요인인 초기 조건과 이행 전략,이행 정책 중에서 우리는 검증된 최선의 전략과 정책을 가늠하고 수립할 수 있는 위치에 서있다.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체계적인 대안과 로드맵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 주된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다. 첫째 체제이행이나 북한 경제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미국에는 소련경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수백명을 넘었다. 소련경제 연구의 메카였던 영국에서는 체제이행 후에도 동유럽과 구소련 전문가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영국 각 대학에 교수직을 수십 개 만들어 지원했다. 만약 국내의 전문연구인력이 부족하다면 외국에서라도 채용해야 할 것이다.
둘째 통계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그동안 이 방면에서의 노력이 부족했다. 그나마 갖고 있는 자료마저도 대부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재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얼마인지에 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시장환율 기준으로 기껏해야 400달러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나 나이지리아 정도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가장 중요한 기초통계인 북한의 경제규모와 1인당 국민소득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대북지원계획을 수립하고 그 효과를 예측한다는 것은 경제학원론도 모르고서 고급 거시(巨視),미시(微視)를 들으려고 하는 학생과 같아 보인다. 그나마 그동안 북한의 경제규모와 1인당 국민소득을 추정 발표해온 한국은행은 작년부터는 아예 발표하지 않고 있다.
셋째 정부의 대북정책을 탈정치화하는 것이다. 대북 경제정책이야말로 따뜻한 가슴으로,그러나 냉철한 머리로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대북정책은 너무 감성화,정치화돼 있었다. 북한 문제를 펄펄 끓는 머리로 해결하려 하거나 이를 국민의 표를 모으는 도구,혹은 정치인의 인기관리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정말 금물이다. 이를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대북지원과 협력을 심의,의결하는 전문가 중심의 정치중립적인 기구를 두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제 대북 경제정책은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이 중요하고도 험한 길을 잘 마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연구자들을 육성하고 통계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하며 대북 경제정책 결정 과정을 탈정치화해야 한다. 이래야 적어도 수백조원에 달할 통일비용의 상당 부분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몇 개월간 북한과 관련한 중요한 합의들이 이뤄졌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 불능화와 북·미 관계 개선 노력에 대한 2·13합의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안타까움은 있으나 이 합의가 잘 준수돼 발전되면 남북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한·미 FTA 타결에 있어서 역외가공지역의 특혜관세 부여 여부를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는 합의는 개성공단을 위시한 남북경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이에 한껏 고무돼 있는 분위기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평화공존이 이뤄진다 해서 조만간 북한이 체제이행을 할 것처럼 과단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체제이행을 시도하려면 최고권력자를 포함한 엘리트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그들은 북한의 경제난과 빈곤을 미국 탓으로,자연재해와 구(舊)소련권 붕괴 등과 같은 외부 요인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믿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대북지원은 체제연장을 넘어서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그러면 현 상태에서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정부는 무엇보다 북한 경제의 실상과 향후 시나리오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부합하는 전략을 짜야 한다. 국민소득의 30% 이상이 하락하는 등 미국의 대공황(大恐慌)보다 더 심한 침체를 경험했던 동구(東歐) 체제 전환 국가들의 공통적인 문제는 이행전략과 정책의 로드맵이 없었다는 것이다. 갑자기 체제이행에 맞닥뜨리다 보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경제는 침몰했다.
이에 반해 북한은 다른 체제이행 국가들의 실패와 성공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실제로 이행의 승패에 영향을 준 3대 요인인 초기 조건과 이행 전략,이행 정책 중에서 우리는 검증된 최선의 전략과 정책을 가늠하고 수립할 수 있는 위치에 서있다.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체계적인 대안과 로드맵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 주된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다. 첫째 체제이행이나 북한 경제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미국에는 소련경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수백명을 넘었다. 소련경제 연구의 메카였던 영국에서는 체제이행 후에도 동유럽과 구소련 전문가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영국 각 대학에 교수직을 수십 개 만들어 지원했다. 만약 국내의 전문연구인력이 부족하다면 외국에서라도 채용해야 할 것이다.
둘째 통계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그동안 이 방면에서의 노력이 부족했다. 그나마 갖고 있는 자료마저도 대부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재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얼마인지에 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시장환율 기준으로 기껏해야 400달러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나 나이지리아 정도 수준이라는 이야기다. 가장 중요한 기초통계인 북한의 경제규모와 1인당 국민소득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대북지원계획을 수립하고 그 효과를 예측한다는 것은 경제학원론도 모르고서 고급 거시(巨視),미시(微視)를 들으려고 하는 학생과 같아 보인다. 그나마 그동안 북한의 경제규모와 1인당 국민소득을 추정 발표해온 한국은행은 작년부터는 아예 발표하지 않고 있다.
셋째 정부의 대북정책을 탈정치화하는 것이다. 대북 경제정책이야말로 따뜻한 가슴으로,그러나 냉철한 머리로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대북정책은 너무 감성화,정치화돼 있었다. 북한 문제를 펄펄 끓는 머리로 해결하려 하거나 이를 국민의 표를 모으는 도구,혹은 정치인의 인기관리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정말 금물이다. 이를 제도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대북지원과 협력을 심의,의결하는 전문가 중심의 정치중립적인 기구를 두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제 대북 경제정책은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이 중요하고도 험한 길을 잘 마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연구자들을 육성하고 통계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하며 대북 경제정책 결정 과정을 탈정치화해야 한다. 이래야 적어도 수백조원에 달할 통일비용의 상당 부분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