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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세족식(洗足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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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틱낫한 스님은 인간의 모든 신체 하나하나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특히 발에 대해서는 각별한 애정을 표시한다. 걷게 하고,춤추게 하고,운전하게 하니 고마울 뿐이라는 것이다. 숨을 들이쉬면서 미소를 보내고,내쉬면서 사랑과 감사를 보낸다고 한다.

    스님의 칭송과는 달리 발은 푸대접을 받기 일쑤다. 신체를 지탱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일을 하면서 무척 혹사당하고 있는데도 인정을 받기는커녕 무관심 속에 하찮게 취급되곤 한다. 게다가 발은 퀴퀴한 냄새 탓에 더럽다는 인식이 강하고 남에게 보이기 부끄러워하는 부위이기도 하다. 갑갑한 구두 속에서 하루종일 지내야 하니 손이나 얼굴처럼 좋은 것을 만져 보거나,밝은 곳에서 아름다운 것을 보지도 못한다.

    또한 발은 인체 중에서도 제일 낮은 곳에 있고 심장에서도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혈액순환의 장애가 심하고 항상 노폐물과 접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후미진 곳에서 고생하는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洗足式)은 그래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기 전날 밤,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준 데서 유래한 세족식은 '사랑과 섬김'의 실천이라는 의식으로 전해오고 있다. 더러운 곳을 닦아내 허물을 덮어준다는 의미가 있기도 하다.

    이번 주,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주간'을 맞아 여기저기서 세족식이 열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종교계는 물론이고 선생님이 학생들의 발을 씻겨주는가 하면,군 지휘관이 병사들의 지친 발에 입술을 대며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당사자들은 알게 모르게 가슴속에 쳐 놓았던 장벽들이 일시에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내 자신이 가장 아름다워 보일 때는 남 위에 군림하기보다는 사랑으로 상대방을 보듬는 것이라고 한다. 어렵고 힘든 곳을 찾아 위로하고 봉사하는 일 역시 어느 것 못지않은 일이라고 얘기한다. 세족식이야말로 스스로 낮아져 섬기는 자가 되고자 하는 이런 마음들이 아닌가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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