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여간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급격히 움츠러들면서 IT강국 신화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IT 상장사들의 성장 지표인 매출은 2년째 답보 상태에 빠졌으며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과 매출액영업이익률도 2004년을 정점으로 급격한 둔화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작년 휴대전화 업체 VK의 부도로 촉발된 IT 산업의 위기론이 속속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마저 제기되면서, 향후 10년을 책임질 대체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IT 상장社, 성장성.수익성 하향곡선

4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IT 상장사(365개)의 매출액 총계는 2004년을 정점으로 최근 2년째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다.

2002년 90조2천343억원에서 2003년 104조429억원, 2004년엔 132조4천378억원으로 크게 증가했으나 2005년 131조1천706억원로 오히려 감소한 뒤 2006년 138조148억원으로 3년 연속 130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또 2002년 9.80%에 불과하던 영업이익률은 2004년 14.00%까지 치솟았다가 2006년엔 절반 수준인 7.10%까지 급격하게 떨어졌다.

IT 대표주자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2004년 20.85%에서 작년에 13.44%로 주저 앉았다.

또 LG필립스LCD와 팬택은 대규모 적자로 전환해 LCD 및 휴대전화 부품업체의 수익에 동반 악영향을 미쳤다.

◇ 증시에서도 잇따라 '빨간불'

IT관련 업체들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급속히 훼손되면서 주식시장에서도 이들 업체의 부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IT관련 종목들의 증시 기여도가 한층 떨어졌다.

삼성전자 주가는 2001년말 27만9천원에서 2005년말 65만9천원으로 2.4배로 뛰었다가 이후 하강을 지속해 3일 현재 57만4천원으로 12.9%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2005년 말 1,379.37에서 1,463.75로 6.12% 올라, 삼성전자 상승 없이 지수가 오르는 기현상이 연출됐다.

코스닥시장에서도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로 잘 나가던 이지에스와 유.무선전화기 제조업체인 벨코정보통신 주가도 2003년 이후 매출 및 수익성 급감과 함께 큰 폭으로 떨어져 이날 현재 2002년 4월 기록한 장중 고점대비 88.5%, 98.6% 급락한 상태다.

또 중소업체에서 국내 3위의 휴대전화 업체로 급성장했던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은 워크아웃을 협의중이며 2006회계연도 사업보고서상 자본 전액잠식이 확인돼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이미 회사정리절차 개시로 상장폐지가 확정된 삼보컴퓨터 역시 자본전액잠식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추가됐다.

◇ 전문가들 "경쟁력 강화 또는 대체산업 개발해야"

IT산업의 지속적 수익성 악화는 경쟁 심화 속에서 지지부진한 핵심부품의 국산화 성과, 투자 부진, 미국 등 해외 의존도 심화 및 이로 인한 변동성 확대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주력 성장산업으로서 IT선업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총고정자본형성에서 IT투자 증가율은 2000년 35.7%에서 2002년 5.2%, 2004년 0.8%, 2005년 10.2% 등으로 낮아졌다.

총고정자본형성 중에서 IT투자 비중(2003년 기준)도 미국(33.2%)의 절반 수준인 15.9%에 불과했다.

또 2000~2005년중 IT제조업과 IT서비스업의 표준편차가 각각 3.1%, 4.3%로 제조업(0.7%)과 서비스업(0.5%)에 비해 월등히 높아 외부 변동성이 매우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우리 IT산업은 한마디로 성장동력 자체가 크게 훼손된 상황에 처해 있다"며 "문제는 저성장 궤도에 진입한 국내 경제에서 기존 IT를 대체할 만한 뚜렷한 대안 마련도 쉽지 않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최승훈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볼 때 핵심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의 수익성은 여전히 높다"며 "그간 국내 IT업체들이 핵심기술의 국산화율 확대를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IT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조치를 취하거나 한국 경제를 이끌 대체 산업육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는 "IT산업이 성장동력으로서 한계에 부딪힌 만큼 대안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서둘러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T산업의 대안을 찾지 못하는 한 1 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선진국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홍성국 대우증권 상무는 "앞으로 5~10년을 내다볼 때 IT가 무너지면 미래는 없다"며 "마땅하게 대체할 만한 산업이 없는 상황에서 IT산업을 되살리는 길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진단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도 "개척할 IT분야는 아직까지 무궁무진하다"며 "기존 에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서 보다 고도의 기술개발에 주력함은 물론 비메모리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원천기술 개발에 민.관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유택형 윤선희 김중배 기자 apex2000@yna.co.krindigo@yna.co.krjb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