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초당적 협력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무역과 관련해서는 의회와 백악관이 함께 일할 기회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그런데 이런 초당적 협력의 성과를 좌우할 핵심 인물과 단체가 있다.

바로 찰스 랭글 미 하원 재정위원회 위원장과 미노동총연맹-산별회의(AFL-CIO)다.

이들은 앞으로 2년간 혹은 그 이상 미국 무역 정책의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페루 콜롬비아와의 양자 무역 협상이 의회 비준을 기다리고 있으며 한국 파나마와의 자유무역협정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미 의회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Trade Promotion Authority) 시한이 오는 6월 말이면 끝날 예정인데 만약 시한 연장이 되지 않는다면 현재 진행 중인 사안 이외의 추가적 무역 협상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 정책 결정권을 가진 세출위원회의 랭글 위원장은 보호주의 성향을 보이는 민주당 소속 의원이지만 실제로는 독특한 기질을 갖춘 협상가로 무역 분야에서 상당한 능력을 보여왔다.

그는 1990년대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과 함께 아프리카와의 교역을 확대했으며 노조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최혜국 대우를 부여하는 법안도 지지한 적이 있다.

이제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와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초당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미 행정부는 민주당이 무역협정을 비준해주는 대가로 직업훈련 및 실업보험 관련 예산을 확충하는 등 양보를 하겠다는 방침하에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주 페루와의 무역 협상을 재검토하고 중국과 일본의 통화 조작에 대해 즉각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보호주의적 조치를 행정부에 요구했다.

민주당은 또 무역 협상의 일환으로 협상 상대방이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한 근로 기준을 따르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미국도 ILO의 노동기준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런 민주당의 주장이 실현되면 사실상 의회의 다수결 투표를 거치지 않고 미국의 노동법을 개정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무역 협상과 관련한 모든 절차는 하원 세출위원회 산하의 무역소위 위원장인 샌더 레빈 의원(민주당)의 도장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는 노동운동 단체를 대변해왔다.

그리고 AFL-CIO는 클린턴 행정부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했던 모든 종류의 자유무역 협상에 대해 반대입장을 견지해왔다.

랭글 위원장 입장에서 이런 문제를 풀어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민주당은 의회를 장악했으며 영향력이 가장 큰 세출위원회도 수중에 넣었다.

이제 랭글 위원장은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의 능력에 대한 가장 큰 시험은 바로 무역 문제가 될 것이다.

정리=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

◇이 글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Rangel's Hours'란 제목의 논설을 정리한 것입니다.

찰스 랭글 위원장은 할렘지역을 포함한 뉴욕 15구역을 지역구로 36년째 의정활동을 해온 중진 의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