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부동산대책. `마늘협상' 추궁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찬반 여부를 둘러싼 정치권 내부의 대립이 29일 한덕수(韓悳洙) 국무총리 지명자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전면화되고 있다.

국회 총리인사청문특위는 이날 국회에서 한 지명자를 출석시킨 가운데 인사청문회를 열어 한미 FTA에 대한 소신과 국정철학, 정책관, 재산형성 과정, 도덕성 등을 검증했다.

이날 청문회는 특위 위원들이 소속 정파의 입장 또는 개인적 소신에 따라 찬반 양론으로 극명히 갈리면서 첨예한 논리공방을 전개, `FTA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소속 위원들은 대부분 원칙적 찬성 기조 속에서 정부가 막판까지 국익을 우선시하는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한 반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등은 협상중단 또는 유보를 주장했다.

우리당 소속 홍미영(洪美英) 의원도 협상의 차기정부 이양을 주문했다.

한나라당 박승환(朴勝煥) 의원은 "FTA는 장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임에도 정부의 준비소홀과 홍보부족으로 인해 협상 추진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고 밝혔고, 우리당 김명자(金明子) 의원은 "우리가 FTA 체결에서 뒤진다면 외국의 FTA 체결 대세속에서 간접 피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노동당 강기갑(姜基甲) 의원은 "협상결과를 보면 미국측 입장이 반영된 내용이 더 많을 뿐더러 국내 법과 제도의 심각한 침해가 예상된다"며 "미국측 협상시한에 맞춰 무리하게 타결하기보다 협상을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고, 우리당 홍미영 의원은 "준비없이 한미 FTA가 타결되면 IMF사태보다 더 큰 충격을 안겨줄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한 지명자가 경제부총리로 재직중이던 8.31 부동산 대책의 실패 논란 ▲ 2002년 `한.중 마늘협상'에 대한 대처 과정 ▲3불(不) 정책과 사교육 정책에 대한 견해 등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 지명자는 답변에서 "한미 FTA는 2000년부터 한미 재계간 협의가 시작됐으며 정부는 이미 2003년부터 준비를 해왔다"며 "준비가 없이 졸속 추진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 지명자는 또 "쌀이 (개방대상에) 포함된다면 이번 협상은 폐지될 것"이라며 "국민들이 일말의 의구심을 갖지 않도록 정말 모든 것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FTA가 체결되면 우리 제조업은 더 커지고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며 "서비스 산업은 미장원, 유통, 음식점이 이미 다 개방돼 추가 개방에 따른 피해가 생길 부분이 없다"고 밝히고 "다만 걱정은 농업부문으로 FTA와 관계없이 정부가 농업을 살리는 정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업분야 피해대책과 관련, "FTA로 인해 농가에서 수입에 비해 소득이 낮아지는 부분에 대해 거의 전부를 정부가 보상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지명자는 8.31 부동산 대책에 대해 "부동산 가격안정을 제대로 실현시키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당시 시장의 여건상 수요, 관리, 공급 대책, 거래의 투명화, 서민의 주거 안정을 추진했으나 공급 쪽에서 부족했다"고 말하고 "작년 11.15 대책 때부터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썼다"고 말했다.

한 지명자는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제정책의 수정 여부에 대해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며 정책의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당장 시장안정이 확실하게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바꾸기는 어렵다"고 부정적 입장을 표했다.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관련, 한 지명자는 "정상회담이 남북간 화해협력에 기여한다고 보고 있고 6자 회담을 진전시킬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며 "언제라도 정상회담의 길은 열려 있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게 돼있으나 정상회담 개최시기는 한반도의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측근 안희정(安熙正)씨의 북측인사 접촉을 둘러싸고 `비선라인' 가동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어느 측면에서 보면 분명한 통치행위적 요소가 있겠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총리임명 이후에 대통령과 많은 대화를 통해 잘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