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비용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내수침체와 원화강세,유가 및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경영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에 들어간 것.특히 그동안 어려울 때마다 일시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식의 단기 처방에서 벗어나 근본적이고 영구적인 원가절감 방안을 마련키 위해 조직까지 개편하고 차량 설계 변경과 신소재 개발 등에 역량을 결집시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차량 설계 및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초기 비용을 절감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연구소를 중심으로 업무 개선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의 산실인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의 모든 작업 과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연구소 측은 이를 위해 상품 관련 부서는 물론 협력부품업체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원가절감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했다.

특히 시급하지 않은 일부 신차 개발 프로젝트까지 연기시킨 채 원가절감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이번 '비용 절감' 노력의 강도를 짐작케하고 있다.

이현순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본부장(사장)은 "설계 합리화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으며 값싸고 무게는 덜 나가는 신소재 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50억여원의 영업적자를 낸 기아차도 관련 조직을 신설하는 등 비용 감축에 발벗고 나섰다.

사장실 직속으로 TCI(Technical Cost Innovation)추진 사무국을 발족시키고 연구개발을 비롯한 각 사업부서의 인력들을 배치시켜 낭비요인을 제거토록 한 것.이와 별도로 기아차 임원(현대·기아차 총괄본부 소속 제외)들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에 책임을 지고 자발적으로 급여 20%를 반납키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와 함께 글로벌 부품 소싱을 확대,단가가 낮고 품질이 우수한 중국과 인도산 부품 및 재료 구입 비중을 늘려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그랜저와 쏘나타를 만드는 아산공장을 그랜저 전용 생산공장으로 만들고 쏘나타는 울산에서,울산에 생산하는 소형차 클릭은 인도에서 만드는 라인구조조정 작업도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내수침체와 파업,도요타 등 해외 경쟁업체의 공세강화로 지난해 영업이익(1조2344억원)이 2000년(1조3130억원)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고 영업이익률(4.5%)도 5%를 밑돌아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마른 걸레도 다시 짠다'는 도요타식 원가절감 수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설계 개선과 신기술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며 "자동차업계에서 원가절감은 이제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