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봄,일본 청년 오토다케 히로타다(乙武洋匡)의 자서전 '오체불만족(五體不滿足)'이 번역 출간됐을 때 사람들은 그야말로 눈과 귀를 의심했다. 팔다리가 없다시피 한 선천성 장애아가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초ㆍ중ㆍ고를 거쳐 명문 와세다대학 정치학과에 다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책의 내용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아기를 처음 본 엄마는 까무러치기는커녕 "어머 귀여워라" 하곤 어디든 데리고 다녔을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6년 내내 교실 밖에서 지켜보면서도 아이들 놀림에 대신 나서지 않았다. 초등학교 선생님 또한 교내에선 전동 휠체어에서 내려 엉덩이로 걸어다니도록 가르쳤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 것은 당사자의 의지와 노력이었다. 그는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일곱 살 때 교육위원회 위원들 앞에서 짧은 팔과 뺨 사이에 연필을 끼워 글씨 쓰는 법과 가위질하는 법을 보여줬다. 친구들과 함께 지내기 위해 줄넘기와 수영을 배우고 100m 달리기에 출전,남들이 골인한 뒤 혼자 완주했다.

책 출간을 기념,한국에 온 그의 환하고 맑은 얼굴은 책 내용에 대해 "설마,진짜?" 하던 사람들의 의심을 부끄럽게 만들면서 장애인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확 바꿔놓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런 오토다케지만 '오체불만족' 히트 이후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과 유명세 때문에 힘들다고 고백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스포츠 리포터 겸 야구잡지 기고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쓴 글에서 그는 "유명해지더니 TV에 얼굴을 내미는군"이라는 눈초리가 느껴진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오체불만족'이란 뗏목에서 벗어나 사회인 오토다케 히로타다로 새출발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런 그가 교원 면허를 취득,도쿄의 한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하게 됐다고 한다. 일본 교육부는 "그가 교단에 서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는 소식이다. 오토다케의 의지도 부럽지만 그를 교단에 세우는 정부와 그를 교사로 받아들이는 학교ㆍ학부모가 있는 사회는 더 부럽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