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모가 그런 식이니 자식도 그렇지"라고 말한 교사에 대해 모욕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표현이 상대방의 기분을 다소 상하게 할 수 있더라도 내용이 막연해 그것만으로 상대방의 감정을 해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판결과 달리 모욕죄는 일상생활에서 저지르기 쉬운 범죄 가운데 하나다. 특정 사실을 거론하며 남을 비방해야 성립하는 명예훼손죄와 달리 모욕죄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도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했을 때도 적용된다. 순간적으로 감정이 폭발해 내뱉은 말이 모욕죄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적용범위가 넓은 편이다.

최근 사례만 들어보더라도 수원지법은 지난달 간병인에게 "뚱뚱하면서 남을 돌볼 수 있겠냐"고 말한 병원 간부 정모씨에 대해 모욕죄를 적용,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말에는 신도에게 '사탄'이라고 말한 목사에게 벌금 70만원이 선고됐고,동료 목사를 옹호하는 교인들을 '뻔뻔이' '주구(走狗)' 등으로 비난한 목사에 대해서도 모욕죄가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른 사람의 면전에서 발언해야만 모욕죄가 되는 게 아니다. 대법원은 2005년 자신이 일하던 컴퓨터회사에서 해고된 직후 메신저 대화명을 해고직전 회사 사장의 이름을 따 'B 사장 xx끼 xx새끼'로 바꾼 A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2004년에도 "C는 출판비나 제작비 명목이라고 거짓말하며 내 돈을 가로챈 사기꾼"이라고 인터넷에 올린 동요작가에 대해 모욕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일부 표현이 상대방의 감정을 해칠 모욕적 발언이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대법원은 2003년 시사프로그램에 나온 한 출연자를 빗대 방송국 홈페이지에 '그렇게 소중한 자식을 범법행위 변명의 방패로 쓰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라고 글을 올린 D씨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반론을 구하는 과정에서 그런 표현을 쓴 것으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