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코델타아시아(BDA) 자금 동결을 둘러싼 북·미 간 갈등이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 실험으로까지 치달은 끝에 종지부를 찍을 조짐이다.

미국과 중국은 18개월간 동결됐던 자금 2400만달러 전액을 이번 6자회담이 끝나는 22일 전에 북한에 돌려주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부차관보는 18일 베이징에 도착,크리스토퍼 힐 미국 6자회담 대표에게 마카오 당국과의 협의 내용을 전달했다.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BDA는 지난 18개월간 어려운 이슈였지만 앞으로는 문제가 안 될 것"이라며 BDA 쟁점이 해소됐음을 강조했다.

이어 "이제 진짜 이슈는 북한의 다음 비핵화 단계인 (핵시설) 불능화와 (핵물질) 신고"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BDA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4월 중순 전에 비핵화 초기 조치로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남북한과 미·중·일·러 6개국은 이날까지 이틀간 비핵화 실무회의를 갖고 북한이 4월 중순까지 핵시설을 폐쇄·봉인한 다음 단계에 대해 논의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및 핵물질 신고와 5개국의 에너지·경제 지원을 '동시 행동 원칙'에 따라 추진하기 위해 단계별 시한을 설정하자고 제안했다.

북측 실무 대표인 김성기 주중 공사는 "조건이 성숙되는 대로 우라늄 농축 문제와 시설 무력화(불능화)를 논의하겠다"고 밝혔으나,시한을 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초기 조치도 안 됐는데 급할 게 뭐 있냐"며 협조를 해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으론 BDA 자금이 조속히 풀리지 않는 데 불만을 제기,북한이 돈을 실제로 쥐기 전에 진지한 협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계관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는 이날까지 힐 차관보와의 면담을 거부하고 두문불출했다.

우리 측 대표단 관계자는 "실무회의에서 내실 있는 토의는 없었다"며 "6자 수석 대표 간에 추가 협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6개국은 19일부터 사흘 예정으로 6차 본회담을 갖고 '초기 단계 이후의 행동 계획'을 논의한다.

쟁점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혐의에 대한 규명,북한이 신고할 핵물질과 불능화시킬 핵시설 지정,단계 설정 등이다.

협상 관계자는 "2·13 합의에서 약속한 대로 6자 외무장관 회담의 날짜를 잡는 일도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