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12일 최종 감사결과 발표로 지난해 3월부터 무려 1년 가까이 이어진 외환은행 불법ㆍ헐값 매각 의혹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감사원은 2003년 외환은행 매각작업이 금융당국과 외환은행 경영진이 부실을 지나치게 부풀린 채 부당하게 강행한 `불법 매각'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에 대한 직권취소를 포함한 `적정 조치' 마련을 금감위에 요청했다.

금감위가 감사원의 통보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이 상실되고 매각 자체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셈이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감사원은 론스타의 불법성에 대해선 최종 판단을 유보한 채 금감위에 `공'을 넘겼으며, 관계 기관 및 관련자에 대한 처분도 사실상 `솜방망이' 수준에 그쳐 한계를 드러낸 `미완의 감사'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론스타 매각, 명백한 불법..최대 1조원대 부실 과장

감사원은 외환은행 매각이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등 재경부 관계자와 이강원 전 행장 등 외환은행 경영진의 무리한 매각 추진과, 금감위 등 금융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낳은 합작품이라는 지난해 6월 중간감사 및 지난해 말 검찰 수사결과를 재확인했다.

외환은행의 당시 경영상황에 비춰볼 때 전략적 투자자(은행)가 아닌 사모펀드인 론스타로의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변 전 국장과 이 전 행장 등이 론스타와 비밀리에 단독 협상을 추진하면서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6.16%로 낮춰잡았고, 금융당국도 이에 대한 철저한 확인없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한도(10%) 초과보유에 대해 예외승인을 내려줬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격 없는 론스타가 대주주 자격을 취득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은 이러한 부실 과장을 통해 외환은행의 기업가치가 정상적으로 산정했을 때보다 최소 4천106억∼최대 1조59억원(주당 1천260∼3천087원) 가량 `저평가'됐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바꿔말하면 이만큼의 부실이 부풀려졌단 얘기다.

이는 검찰이 발표한 저평가 규모(3천443억 ∼8천252억원)를 상회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 감사원은 "기업가치에 대한 판단에 있어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매각 과정에서 이 전 행장은 매각 협조 후 은행장직에서 물러나는 대가로 15억8천여만 원을 부당 수수하는 등 부당.비위 행위도 저질렀으며, 모건스탠리와 엘리어트 홀딩스를 매각자문사로 임의선정한 후 15억여원의 자문수수료를 과다지급했다.

모건스탠리는 비현실적 시나리오에 근거, 외환은행의 기업가치를 저평가했다.

또한 변 전 국장은 주주였던 수출입은행 등의 반대를 무시하고 당시 론스타의 요구에 따라 론스타에 유리한 조건으로 콜옵션이 부여되는 방향으로 부당하게 관여, 론스타가 지난해 5월 수출입은행의 잔여우선주 4천913만여주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해 2천192억원의 이익을 챙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와 함께 외환은행은 상법 및 증권거래법의 스톡옵션 취지와는 달리 론스타의 인수 후 곧바로 퇴임이 예정된 사외이사 7명에게 총 12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도 했다.

◇"대주주 자격 직권취소 최종판단은 금감위에"

감사원은 검찰 수사결과를 인용, "론스타에 대한 금감위의 당시 대주주 자격 예외승인 처분이 론스타측의 로비 등 부당한 청탁에 의해 부실규모를 과장한 BIS 비율에 근거해 위법.부당하게 이뤄진 하자 처분으로, 취소가 가능다고 판단된다"며 직권 취소쪽에 무게를 뒀다.

앞서 검찰은 스티븐 리 론스타코리아 전 대표와 대정부 로비 창구 역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하종선 변호사 등 론스타측 인사들이 변 전 국장과 이 전 행장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등 론스타의 불법행위가 매각에 개입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인.허가, 승인 등 행정행위의 하자가 당사자의 사실은폐 등에 기인한 경우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할 가치가 없어 취소가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례를 직권취소의 판단근거로 삼고 있는 것.

그러나 감사원은 은행법상에 위법한 승인처분을 반드시 취소해야 한다는 명문 조항이 없고, 이 전 행장과 변 전 국장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이라는 점을 들어 "승인처분의 하자를 어떤 식으로 해결할지는 금감위가 재판진행상황, 취소의 실익, 금융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취소 외에 하자를 치유할 수 있는 대안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하라"며 `적정 조치'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금감위에 공을 넘겼다.

승인권자인 금감위에 어느 정도 재량권을 부여하기 위한 취지라는 게 감사원 설명이지만 스티븐 리 등 `키'를 쥐고 있는 론스타 관계자들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핵심 쟁점이던 론스타의 조직적 개입 여부를 끝내 밝혀내지 못한데 따른 감사상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대목이기도 하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대주주 직권 취소 처분이 몰고 올 파장을 감안해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만큼 칼자루를 직접 휘두르지 못한 채 금감위에 떠넘긴 셈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이날 금감원에 대한 감사원의 처분은 `시정 요구'보다 한 단계 낮은 `통보' 수준으로 실제적 구속력이 없는 실정이어서 별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금감위는 일단 법원 판결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기존의 유보적 입장을 고수했다.

◇'절반의 성과'

감사원은 사외이사에 대한 부적절한 스톡옵션 부여와 관련, 외환은행에 스톡옵션 취소처분을 내리도록 시정요구를 했으며, 외환은행의 주당 가치를 임의로 낮게 책정한 매각자문사 모건스탠리에 대해서도 적절한 제재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또 수출입은행장에게는 헐값 매각으로 주주인 수출입은행에 손해를 끼친 이 전 행장 등 외환은행 경영진과 모건스탠리 등 관련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토록 하는 등 일부 고강도 처방을 내놓았다.

그러나 감사원이 지난해 중간결과 발표 당시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던 현직 공무원들에 대해서 보완조사 등을 거쳐 엄중문책한다고 공언한 점에 비춰볼 때 실제 처분은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매각 업무를 부적절하게 처리한 재경부, 금감위, 금감원 및 수출입은행 등에 대해 기관 주의 촉구 수준에 그친 한편 당시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이었던 김석동 재경부 제1차관, 당시 금감위 상임위원이었던 양천식 수출입은행장 등을 포함한 11명에 대해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이유 등으로 `주의'를 촉구하는데 그친 것.

또한 금융당국이 약속이나 한 듯 `속전속결'로 처리된 외환은행 매각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데 대해 그동안 `제3의 손'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윗선 개입설'과 청와대 연루설도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감사원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속시원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송곳 지적'으로 유명한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의원이 지난해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잘된 감사"라며 예외적으로 칭찬을 하는 등 불법 과정을 밝혀내는데 적지 않은 성과를 냈지만 `왜'라는 질문에 대해 뚜렷한 답을 제시하지 못해 `절반의 성과'를 내는데 그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감사원측은 "검찰에서 금품수수 등 비위행위가 나오면 그에 맞춰 중징계 등을 고려했으나 드러난 게 없어 어쩔 수 없었다"며 "이번 감사는 금융관련 정책의 투명성.공정성, 책임성을 높이고 금융시장내 엄정한 법질서를 확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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