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명품 브랜드 셀린느 의뢰 받고 작업
파리컬렉션서 세계 각국 바이어들에 인기


"이것이 진정 한류가 나아갈 방향입니다."

장시간 비행기 여행이 힘들었을 텐데도 패션 칼럼니스트 심우찬 씨의 얼굴에서는 생기가 넘쳤다.

12일 오전 프랑스 파리에서 날아온 그를 인천공항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납치'해 마주앉았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CELINE)가 5월 내놓을 한류 스타 송혜교(26)의 이름을 내건 '송혜교 백'을 기획한 사람이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궁금한 게 많았다.

"정말 대단한 일이지 않나요? 세계적인 브랜드와 한류 스타가 손을 잡았으니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현지 바이어들이 송혜교 백에 대단한 관심을 보였어요. 기대 이상의 반응이었습니다. 벌써 주문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송혜교 백'은 이달 초 파리에서 열린 07~08 F/W(가을 겨울) 파리컬렉션에서 전 세계 바이어들한테 첫선을 보였다.

셀린느는 바이어들의 반응에 따라 백의 생산 수량과 가격을 최종 결정한 뒤 올 하반기에 상품화할 예정이다.

그에 앞서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송혜교 백'의 월드 프리미어가 열린다.

"에르메스의 '버킨 백' 아시죠? 명품 브랜드에 관심 있는 분들은 아실 텐데 해외 유명 스타의 이름을 단 명품 백이 종종 나와요. 그런데 한국 스타의 이름을 단 가방은 송혜교의 셀린느 백이 처음이에요."

셀린느는 루이 뷔통, 마크 제이콥스, 크리스찬 디오르, 지방시 등 최고급 패션 브랜드뿐 아니라 헤네시, 모엣 샹동 등 주류 브랜드도 보유한 세계 1위의 명품 그룹 LVMH 소속이다.

이 셀린느가 가로 55㎝, 세로 45㎝ 빅 사이즈, 초콜릿 색상, 가죽 재질의 '송혜교 백'을 출시하는 것. 백 외관에는 'SongHyeKyo'라는 그의 영문명이 새겨진 펜던트와 셀린느 로고가 나란히 달리게 된다.

"작년 봄 셀린느로부터 아시아 스타의 이름을 단 백을 만들려고 하는데 누가 좋을지 추천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어요. 바로 송혜교를 추천했습니다.

여성 한류 스타 중 송혜교의 파급력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사실 기획 당시만 해도 이 백은 주로 아시아 시장을 겨냥하는 것이었어요.

아무래도 서구 시장에서는 송혜교의 인지도가 낮으니까요.

그런데 웬걸, 이번 파리 컬렉션에서 이 백이 그야말로 '대박'이 났습니다.

그들은 우선 디자인을 마음에 들어했는데, 아시아에서 유명한 한류 스타의 이름을 달았다고 하니 더욱 좋아하더군요."

"홍콩과 중국 등 중화권에서는 이 가방의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는 심씨는 "여기에 뉴욕의 백만장자들이 애용하는 백화점들과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의 바이어들이 독점 판매권을 문의해왔다. 사실 아시아 몇 나라에서만 사고 더 이상은 안 팔리면 어쩌나, 관계자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백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감탄했다"며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 듯 말했다.

'송혜교 백'은 단순히 송혜교의 이름만 단 가방이 아니다.

송혜교가 직접 디자인을 했다.

그가 디자인과 소재, 색상 등을 정해서 파리의 셀린느 본사에 알려주면 셀린느 디자인팀이 샘플을 만들어 송혜교에게 다시 보내는 방식으로 1년에 걸쳐 제작됐다.

"작은 버클 하나까지 송혜교가 직접 골랐어요.

단순히 연예인의 이름만 내건 상품과는 차원이 다르죠. 제가 혜교씨를 추천한 또다른 이유는 평소 패션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의 스타일리스트들이 추천하거나 협찬해오는 의상을 소화하는 반면, 혜교씨는 나름대로 패션 감각을 잘 발휘하고 있어요.

또 패션업계 종사자처럼 패션계 동향을 잘 파악하고 있죠. 디자인을 맡겨도 믿을 만한 상품이 나올 것이라 판단했죠."

사실 위기도 있었다.

첫번째 샘플이 나왔을 때 기존 셀린느 제품과의 유사성이 발견돼 제품 출시 자체가 무산될 뻔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수정 과정에서 이 같은 우려는 불식됐다.

"셀린느의 수석 디자이너 이바나 오마지시도 송혜교 백을 보고는 '내가 들고 다니고 싶은 백'이라며 '디자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전적으로 지원하겠다'며 만족감을 보였습니다.

혜교씨의 디자인을 들고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1년을 보냈는데 좋은 결실을 이뤄 기분이 좋습니다."

심씨는 마지막으로 "혜교씨는 이 백의 수익금 전액을 자선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명품 백에 걸맞은 행보 아닌가"라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