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건설적, 포괄적 의제 논의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6일(현지시각) 2.13 베이징 합의의 조속한 이행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영변 원자로가 곧 없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이날 뉴욕에 있는 코리아소사이어티와 재팬소사이어티가 공동 주최한 '6자회담에서의 최근 진전과 다음 행보'라는 토론회에서 2.13 합의에 따른 초기조치들을 설명한뒤 "우리는 아주 빨리 움직일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힐 차관보는 2.13 합의에 따른 영변원자로 폐쇄와 봉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등의 조치가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한다면서 영변 원자로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힐 차관보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영변 원자로 뿐 아니라 북한이 건설 중인 50MW와 200MW 원자로 등도 모두 폐기돼야 하며, 이미 생산된 50Kg 가량의 플루토늄을 빠른 시일 내에 국제감시하에 두어야 하고,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에 대한 의혹도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HEU프로그램과 관련, 북한이 원심분리기와 매뉴얼, 알루미늄 튜브 등 핵무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물질들을 비밀리에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왜 거액을 들여 이 같은 장비들을 사들였는지 북한이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북한의 HEU 프로그램 진전 정도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지만, 북한은 이를 포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북한 영변원자로 폐쇄 등 초기조치 이행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며, 다음 단계인 '불능화(disabling)'와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로의 이행을 기대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실질적 이행여부에 대한 검증문제는 언제나 쉽지 않은 것이라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북한측과 핵무기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를 하지 못했지만, 9.19 공동성명은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핵프로그램의 포기를 명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힐 차관보는 전날 열린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가 "건설적이고 실무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며, 양국 관계 정상화에 필요한 모든 문제들을 놓고 중요성을 가늠해 의제를 설정하는 작업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담에서 대북 경수로 지원 문제가 제기됐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힐 차관보는 첫 날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분야에 대한 논의는 없었으며, 둘째날인 6일 분야별로 보다 세부적인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자신의 방북 문제에 대해서는 "언젠가 제기되겠지만,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서 김계관 부상과 방북 합의가 이뤄졌다는 관측을 부인했다.

북미 관계정상화를 위해서는 대북 테러지원국 제외, 적성국교역법 해제, 북한의 불법행동 해결 등 다양한 문제들의 해결이 선행돼야 하며, 이와 함께 법적, 정치적 조치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실무그룹 회담이 첫번째임을 들어 즉각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진 않지만 이 같은 논의들은 아주 가치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6자회담은 북핵문제 해결과 북미 관계정상화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 메커니즘 창설, 동북아 안보협력체제 구축 등 아주 광범위한 목표들을 지향하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핵문제 이외에 다른 문제들까지 포함돼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2.13 북핵합의에 대한 미국 내 일각의 비판에 대해 그는 비판은 건전한 것이라고 전제한뒤, 이번 합의가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다자간합의이고 내용도 훨씬 포괄적이라며 의회와 행정부 내에 폭넓은 지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토론회에 이어 북한측과의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이틀째 회의에 참석한뒤 오후에 뉴욕 포린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회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뉴욕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