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八道 < 코리아랜드컴패니 회장 jpdhongin@hanmail.net >

종자돈에 관한 얘기를 자주 한다. 그만큼 중요하다고 보는 까닭이다. 캄캄한 터널 속에 있을 땐 영영 벗어나기 힘들 것 같아도 조금씩 나아가면 반드시 푸른 하늘이 나온다. "이래 가지고 언제 목돈을 만드나" 싶어도 꾹 참고 모으면 종자돈이 장만되고 그러고 나면 한결 빨리 재산을 불려갈 수 있다.

기초질서 역시 마찬가지다. "남이야 어떻든 나라도 지켜야지"라는 마음이 모이면 '여태 그랬다'는 이유로 고쳐지지 않던 문제도 해결된다. 거꾸로 괜찮았던 것도 누군가 깨면 다시 망가질 수 있다.

공중화장실 이용만 해도 그렇다. 사용 시간이 다르니 칸칸이 따로 줄을 서는 것보다 모두 한 줄로 서는 것이 빠르고 편하다. 도통 실행에 옮겨지지 않더니 "나 한 사람이라도" 쪽이 늘어나면서 거의 자리가 잡혔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나오는 극장 등에서 막무가내인 사람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우르르 그 뒤를 쫓으면 한 순간에 줄은 흐트러진다.

운전 중 끼어들기나 갓길 운행도 똑같다. 기껏 잘 지켜지다가도 한두 사람이 위반하면 여기저기서 질세라 비집고 나오는 바람에 그만 죄다 오도가도 못하게 되는 수가 흔하다. 차례대로 움직이면 바쁜 시간에 길에서 꼼짝 못하고 서 있는 일은 없을 텐데 옆으로 빠졌다 끼어들고 뻔히 막힌 걸 보면서 진입했다 발이 묶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법이든,질서든 지키는 사람만 손해 본다는 생각에 앞뒤 가릴 틈 없이 위반(違反)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다. 결과는 나도 빨리 못 가고 너도 빨리 못 가게 만듦으로써 모두를 짜증나고 불쾌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게다가 먼저 가겠다고 서두르다 접촉사고라도 나면 빨리 가기는커녕 일정을 망친다.

끼어들지 않기,신호와 정지선 지키기,갓길 운행 안 하기,깜빡이 제대로 켜기,화장실 한 줄 서기,재활용쓰레기 제대로 버리기 등은 누가 지켜라 말라 할 것도 없는 기초 질서다. 거리나 자동차 안에서 피우던 담배 꽁초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버스 지하철 기차 혹은 서점을 비롯한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지 않는 것 또한 같은 범주에 속한다.

기초질서를 지키는 일은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평안과 행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나 혼자 지켜봤자'가 아니라 '나 한 사람부터라도'라는 생각으로 기초질서 지키기를 생활화하면 푼돈이 종자돈이 되듯 안전한 사회,살 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법과 질서를 잘 지키는 선량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손해를 본다는 생각일랑 이제 그만 거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