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애틀 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을 달리니 울창한 숲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그림 같은 전원주택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트릴로지(trilogy·3부작이란 뜻)'란 이름의 실버타운이다.

18홀짜리 정규 골프장을 끼고 있는 1000여가구 규모의 대단지로,타운하우스 200여가구가 포함돼 있다.

◆'두마리 토끼' 잡는 타운하우스

타운하우스는 철저한 사생활 보호와 효율적인 토지이용이 장점이다.

각종 커뮤니티 시설까지 제공돼 미국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타운하우스는 합벽식 공동주택이다.

2~3층짜리 단독주택을 병렬로 이어놓은 형태다.

한 가구가 한 채를 통째로 사용하면서 이웃과 벽을 공유하기 때문에 층간 소음 우려가 전혀 없다.

우리나라에서 사생활 보호를 강조한 고급 연립주택까지 타운하우스 범주에 넣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미국에선 요즘 타운하우스 내 커뮤니티 시설을 확대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편의성이 강화되는 추세다.

트릴로지의 경우 골프장뿐만 아니라 수영장 테니스장 스파 인터넷실 학습실 파티장 등이 설치돼 있으며,입주민을 위한 댄스 도자기 요가 요리 등 40여 가지의 강습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관리비는 가구당 월 150달러 정도다.

다만 전기세 등은 따로 내야 한다.

트릴로지의 짐 모리스 커뮤니티 담당 매니저는 "혼자 사는 노인들이 배우자를 찾을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파티까지 열고 있다"고 귀띔했다.

시애틀 외곽 '스노퀄미 릿지' 같은 곳은 초등학교가 아예 단지 안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단지 아파트 안에 초등학교를 배치하는 것과 비슷하다.

가격은 단독주택에 비해 싼 편이다.

38평형 트릴로지 타운하우스는 42만달러,인근 '뷰크레스트' 타운하우스 30평형은 28만달러,시애틀 시내에서 차로 15분 거리인 '레드몬드 코트' 타운하우스 52평형은 50만달러 수준이다.

레드몬드 코트 타운하우스를 짓고 있는 건설사 가우리의 제임스 포터 사장은 "땅값이 오르면서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타운하우스가 인기"라고 전했다.

◆인테리어 혁신…3층에 주방과 거실

타운하우스 내부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주택협회(NAHB)가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개최한 '2007 국제주택박람회(IBS)'에선 한 가구가 3개 층을 사용할 경우 1층에 주차장 및 홈오피스,2층에 침실,3층엔 주방과 거실을 배치하는 새로운 평면을 선보여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야외 정원도 거실의 연장선인 3층에 자리잡고 있다.

타운하우스 개발업체인 드림사이트코리아의 이광훈 사장은 "조망권이 가장 좋은 3층에 주방을 넣는 설계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구조"라며 "주 생활공간인 주방 및 거실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족들이 간단한 아침식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침실 옆 '모닝 키친'도 눈길을 끌었다.

가족생활의 중심인 부부 침실의 경우 옷장 욕실 샤워실 화장대 등이 위치한 파우더룸의 크기가 커지는 추세다.

부부 침실보다 훨씬 넓은 파우더룸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가족을 위한 공간이 넓어지는 대신 손님 접대를 위한 공간은 줄고 있는 셈이다.

도심 땅값이 비싸지면서 타운하우스의 앞마당을 줄이는 대신 내부 공간을 넓히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주택 형태가 길쭉한 직사각형 대신 정사각형 모양으로 변하고 있다고 현지 주택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올랜도·시애틀(미국)=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