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이 폐암의 원인인지를 둘러싼 소송은 1950년대 미국에서 처음 제기된 이후 세계 각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10여건 '흡연 피해자'인 원고가 승소했고 호주와 브라질에서도 승소사례가 있다.

반면 일본과 독일,프랑스 등에서는 흡연자의 책임에 무게를 두고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담배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80년대까지는 모든 소송에서 흡연자측이 졌다.

폐암과 흡연의 상관관계가 없거나 흡연자가 위험성을 알면서도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1996년 원고인 그래디 카터는 담배회사 브라운&윌리암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배심원은 75만달러를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1998년 항소심에서는 보상적 배상이 인정되지 않았으나 2000년 플로리다 대법원은 이를 인정했고 2001년 미 연방대법원은 109만달러의 배상을 최종 확정했다.

이후 흡연자측의 승소사례가 늘어나 2005년 리처드 보켄 사건에서는 필립모리스가 500만달러의 보상적 배상과 5000만달러의 징벌적 배상을 하라는 확정판결이 내려졌다.

선고가 나기 전에 재판부가 중재해 양측이 합의한 경우도 많아 1998년 미국 46개 주정부가 "흡연으로 관할 지역 주민들의 건강이 나빠져 복지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며 주요 담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5년에 걸쳐 2460억달러를 지급하라는 결정을 받아낸 것이 대표적이다.

집단소송도 제기돼 2000년 플로리다 순회법원은 징벌적 배상으로 1450억달러의 사상 최대 규모 배상을 결정했으나 지난해 7월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집단소송의 피해자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하면서 개별소송을 제기하라고 판결했다.

독일에서도 2003년 흡연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됐으나 아른스베르크 지방법원은 "담배의 중독성은 잘 알려져 있지만 원고의 건강 악화가 흡연 때문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기각했고 프랑스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일본은 5건 가운데 2건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기각된 상태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