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회사의 증시 상장과 관련,공익기금 출연 문제가 핫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공익기금을 내는 주체가 주주이냐 아니면 회사이냐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당국이 생보사 상장과 관련해 생보사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적극 주문하고 나섬에 따라 생보사의 공익기금 출연 논의가 물밑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생보사 상장 자문위원회가 "생보사는 주식회사이고 따라서 상장에 따른 차익을 보험 계약자들에게 배분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상장 때 주주들이 큰 차익을 얻게 되는 만큼 '생보사들도 뭔가 내놓아야 한다'는 게 감독당국의 주문이다.

생보사들도 오랜 숙원을 풀 수 있게 되는 만큼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며 현재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익기금 출연 주체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회사 돈이 아닌 주주 돈으로 공익기금을 출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회사 돈은 계약자 것인데 회사 돈으로 기금을 출연하는 것은 계약자가 계약자를 보상하는 셈"이라고 지적,계약자에 대한 보상은 주주 돈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의 이런 주장에 대해 보험사들은 펄쩍 뛰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 관계자는 "상장 차익을 누가 누리느냐를 생각해보면 주주가 공익기금을 출연하는 게 마땅한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 교보생명 등의 주주 분포를 고려하면 주주가 공익기금을 출연하는 문제는 매우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예컨대 교보생명의 지분은 신창재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58.02%,자산관리공사(캠코) 35%(대우인터내셔널 지분 24% 포함),재정경제부가 6.4% 등을 나눠갖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주주가 기금을 내야 한다면 '주주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라며 "캠코 등 정부기관도 공익기금을 출연해야 한다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회사가 내면 업무상 배임?

회사 돈으로 기금을 내는 것도 간단치 않다.

이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가 '명분'에 밀려 수익창출과 무관한 곳에 돈을 쓸 경우 경영진은 업무상 배임죄에 휘말릴 수 있다.

회사에서 돈이 빠져 나가면 기업가치(주식 가치)가 떨어지게 돼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한두 푼도 아닌 거액의 기금을 출연하려면 이사회 결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사들,특히 사외이사들이 배임 위험을 무릅쓰고 찬성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회사가 돈을 내더라도 한꺼번에 거액을 내지 않고 소액을 여러 해에 걸쳐 나눠 출연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익기금 출연이 장기적으로 기업이미지 개선으로 연결돼 기업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소액주주들에게 설득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2005년 말 500억원의 '신한장학재단'을 설립한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재단설립의 필요성을 주주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얻는 작업을 했다.


○솔로몬의 지혜 필요

공익기금 출연 주체를 놓고 논란이 뜨거워지자 이건희 삼성 회장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등 최대주주가 일부 출연하고,나머지는 회사가 출연하는 절충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최대주주가 각각 얼마를 내야 하는지를 놓고 또 다시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처럼 생보사의 공익기금 출연문제가 실타래처럼 꼬여 있지만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공익기금을 출연하기 싫은 게 아니라 돈을 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생보사 시민단체 그리고 감독당국이 열린 마음으로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찾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들 세 주체가 '솔로몬의 지혜'를 빌려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