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볼 수 있다. 떼지어 몰려다닌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같은 말만 반복한다. 주로 입으로 먹고 살지만 가끔은 몸으로 때운다. 자기들끼리 결정하곤 즐거워한다. 하는 일도 없는 것 같은 데 굶지 않고 산다. 사람인 척한다. ' 한동안 널리 퍼졌던 '텔레토비와 국회의원의 공통점'이라는 유머다.

'국회의원 성적표'라는 것도 있다. 국어는 '미'(말하기 쓰기는 뛰어나지만 듣기는 엉망),수학은 '수'(월급과 비자금 계산 탁월),외국어는 '양'(외국여행은 잘 다니지만 강대국엔 약함),사회는 '가'(사회봉사는 명절·연말에만 하고 사진만 잘 찍음),미술은 '수'(동양화에 뛰어나 국회에서 고스톱)로 나타났다.

국회의원을 둘러싼 우스갯소리는 이밖에도 수없이 많다. 대다수가 하는 일 없이 놀면서 제 잇속은 열심히 챙기고 생색내기용 일에만 움직인다는 내용이다. 심지어 한 농부가 사고를 당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국회의원을 보고도 그냥 무시하고 돌아선 뒤 "왜 그랬느냐"고 묻자 "국회의원이 언제 바른말 한 적 있느냐"고 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선량(選良)의 자세와 태도는 어디나 비슷한가. 미국의 4선 하원의원 출신 토비 모펫이 워싱턴포스트에 초선 의원을 위한 '의정생활 성공의 10가지 열쇠',곧 '좋은 의원 10계명'을 내놨다는 소식이다. 제1계명은 '지역구의 노예가 되지 말라. ' 지역구 관리보다 직무를 익히는 일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모펫은 또 '요구할 게 없는 사람과 식사하라''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을 사귀라''이슈에 정통한 로비스트에게 밥을 사며 해당사항을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현장 답사를 위해 해외여행을 부지런히 다니되 로비스트나 기업의 협찬을 받지 말고 국고 지원을 받도록 하라고 일렀다.

10계명 가운데엔 '은퇴 시기를 마음속으로 작정하라''밤낮으로 일(법안 파악 등)과 씨름할 수 있도록 의회 가까운 곳에 숙소를 정하라' 등도 포함됐다. 열 가지 모두 우리 초선 의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 가능한 덕목들이다. 어느 정도 공감하고 얼마나 받아들이느냐는 전적으로 각자의 몫일 테지만.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