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고객' 빠진 혁신 성공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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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京俊 < 딜로이트컨설팅 파트너 >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듯이 술자리의 예절도 차이가 난다. 중국사람 술자리의 특징 중 하나가 그 날 술값을 계산하는 사람이 좋은 자리에 앉는다는 점이라고 한다. 돈 내는 사람이 주인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고객이 왕'인 이유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고객을 주인처럼 모시는 이유는 단순히 사랑해서가 아니라 돈을 내기 때문이다. 기업이 혁신을 추진하고 도덕성을 함양하고 사회적 책임을 아무리 떠들어도 결국 돈을 내고 제품과 서비스를 사주는 고객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일상의 평범한 삶에서 제일 고맙고도 조심스러운 사람이 자기에게 돈 주는 사람이고,가장 싫고 피하고 싶은 사람은 자기 돈을 빼앗아가는 사람이다. 세상천지에 수많은 갈등이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결국 돈 문제가 중심에 있는 것은 삶의 본질적 측면이다.
국가와 정부라고 예외가 아니다. 돈 내는 납세자(納稅者)가 바로 주인이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세금을 걷는 정부란 근본적으로 납세자의 고용인이다. 그러나 고객을 두고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과는 달리 독점적이고 우월한 지위의 정부는 자신을 왕으로 착각하고 군림하기 쉽다. 정부가 납세자의 고용인이라는 본분을 망각하는 것은 정부와 공무원 집단이 공권력을 앞세워 납세자를 착취하는 이익집단으로 전락하기 시작함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이어지고 있는 소위 대사관 여(女),대사관 남(男) 사건은 뜻하는 바가 큰 사건이다. 북한으로 납치됐다가 몇십년 만에 탈출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자 하는 국민에게 외교부와 통일부의 담당자는 성의 없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국으로서는 수없이 많은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한 업무실수로 치부하고 싶겠지만 만약 민간기업에서 비슷한 사건이 터졌다면 경영진이 구속되고 회사가 문을 닫았을지도 모른다. 햄버거 회사에서 1년에 만들어 파는 수십억 개의 햄버거에서 불과 한두 개의 불량품으로 식중독 사망 환자가 발생하더라도,이를 확률적 실수로 보고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납북자는 고사하고 한국전쟁 때 포로가 된 국군장병이 50년 만에 북한을 탈출해 연락해 와도 미온적(微溫的)이었던 정부의 대응은 납세자 입장에서는 정부 존재와 납세의 정당성이 의심스러워지는 사건이다. 국가를 위해 바친 희생에 대해서도 배려하지 않는 정부에 힘들여 번 아까운 돈을 세금으로 낼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정복국가였던 고대 로마제국에서 전쟁은 자주 일어났다. 로마인들은 전쟁에서 지거나 포로가 되는 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았다. 패전(敗戰)을 당하고 포로가 되는 불운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로마인들에게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망각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었고 수십년이 지나더라도 전쟁포로를 찾아 본국으로 귀환시키는 일을 공동체의 의무로 생각했다. 카이사르가 암살당하던 기원전 44년 3월 15일 원로원 회의도 적대국 파르티아에 패해 억류된 1만명의 로마군 포로 구출을 위한 원정의 신고식이었다. 공동체를 위해 정신적,물질적으로 희생하는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잊지 않는 전통은 로마사회의 강건함을 유지한 덕목이었으며,지금까지도 선진국에 이어져 내려오는 무형의 자산이다.
기업이 혁신하는 이유는 겉치레가 아니라 생존을 위함이고,혁신의 초점은 돈 주는 고객에게 맞춰진다. 정부 혁신도 당연히 돈 주는 납세자가 중심에 있어야 하지만 독점적 성격상 고객관점을 상실하고 형식적인 구호에 빠져들기가 쉽다. 지난 몇년간 정부혁신,공공혁신을 수없이 외쳐왔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눈에는 자화자찬(自畵自讚)으로만 느껴지는 것도 이런 측면이다. 고객인 납세자의 안전보다 공무원의 편의를 우선하는 태도에서 빚어진 이 사건은 실수로 인정하고 관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공무원 출신조차도 '우수마발(소 오줌과 말똥) 혁신'이라고 꼬집을 정도로 공허한 공공부문 혁신의 실체를 금번의 '대사관 남' 사건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듯이 술자리의 예절도 차이가 난다. 중국사람 술자리의 특징 중 하나가 그 날 술값을 계산하는 사람이 좋은 자리에 앉는다는 점이라고 한다. 돈 내는 사람이 주인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고객이 왕'인 이유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고객을 주인처럼 모시는 이유는 단순히 사랑해서가 아니라 돈을 내기 때문이다. 기업이 혁신을 추진하고 도덕성을 함양하고 사회적 책임을 아무리 떠들어도 결국 돈을 내고 제품과 서비스를 사주는 고객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일상의 평범한 삶에서 제일 고맙고도 조심스러운 사람이 자기에게 돈 주는 사람이고,가장 싫고 피하고 싶은 사람은 자기 돈을 빼앗아가는 사람이다. 세상천지에 수많은 갈등이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결국 돈 문제가 중심에 있는 것은 삶의 본질적 측면이다.
국가와 정부라고 예외가 아니다. 돈 내는 납세자(納稅者)가 바로 주인이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세금을 걷는 정부란 근본적으로 납세자의 고용인이다. 그러나 고객을 두고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과는 달리 독점적이고 우월한 지위의 정부는 자신을 왕으로 착각하고 군림하기 쉽다. 정부가 납세자의 고용인이라는 본분을 망각하는 것은 정부와 공무원 집단이 공권력을 앞세워 납세자를 착취하는 이익집단으로 전락하기 시작함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이어지고 있는 소위 대사관 여(女),대사관 남(男) 사건은 뜻하는 바가 큰 사건이다. 북한으로 납치됐다가 몇십년 만에 탈출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자 하는 국민에게 외교부와 통일부의 담당자는 성의 없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국으로서는 수없이 많은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한 업무실수로 치부하고 싶겠지만 만약 민간기업에서 비슷한 사건이 터졌다면 경영진이 구속되고 회사가 문을 닫았을지도 모른다. 햄버거 회사에서 1년에 만들어 파는 수십억 개의 햄버거에서 불과 한두 개의 불량품으로 식중독 사망 환자가 발생하더라도,이를 확률적 실수로 보고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납북자는 고사하고 한국전쟁 때 포로가 된 국군장병이 50년 만에 북한을 탈출해 연락해 와도 미온적(微溫的)이었던 정부의 대응은 납세자 입장에서는 정부 존재와 납세의 정당성이 의심스러워지는 사건이다. 국가를 위해 바친 희생에 대해서도 배려하지 않는 정부에 힘들여 번 아까운 돈을 세금으로 낼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정복국가였던 고대 로마제국에서 전쟁은 자주 일어났다. 로마인들은 전쟁에서 지거나 포로가 되는 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았다. 패전(敗戰)을 당하고 포로가 되는 불운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로마인들에게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망각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었고 수십년이 지나더라도 전쟁포로를 찾아 본국으로 귀환시키는 일을 공동체의 의무로 생각했다. 카이사르가 암살당하던 기원전 44년 3월 15일 원로원 회의도 적대국 파르티아에 패해 억류된 1만명의 로마군 포로 구출을 위한 원정의 신고식이었다. 공동체를 위해 정신적,물질적으로 희생하는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잊지 않는 전통은 로마사회의 강건함을 유지한 덕목이었으며,지금까지도 선진국에 이어져 내려오는 무형의 자산이다.
기업이 혁신하는 이유는 겉치레가 아니라 생존을 위함이고,혁신의 초점은 돈 주는 고객에게 맞춰진다. 정부 혁신도 당연히 돈 주는 납세자가 중심에 있어야 하지만 독점적 성격상 고객관점을 상실하고 형식적인 구호에 빠져들기가 쉽다. 지난 몇년간 정부혁신,공공혁신을 수없이 외쳐왔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눈에는 자화자찬(自畵自讚)으로만 느껴지는 것도 이런 측면이다. 고객인 납세자의 안전보다 공무원의 편의를 우선하는 태도에서 빚어진 이 사건은 실수로 인정하고 관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공무원 출신조차도 '우수마발(소 오줌과 말똥) 혁신'이라고 꼬집을 정도로 공허한 공공부문 혁신의 실체를 금번의 '대사관 남' 사건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