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11 대책 발표 후 첫 주말을 맞아 기존 주택 시장과 신규 청약시장이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권 등 기존 주택 시장은 주택담보대출 '1인 1건제' 등 갈수록 강화되는 금융규제 속에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관망세가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반면 새 아파트 청약시장은 청약 가점제 조기 도입 등의 영향 탓인지 주말에 문을 연 서울·수도권 모델하우스에 여전히 인파가 몰리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 매물 늘고 호가 하락

기존 주택시장의 경우 1·11대책 발표 직후부터 일부 아파트 단지의 매물이 늘고 호가가 떨어지는 등 약보합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대책 발표 직후 34평형의 호가가 1000만원 떨어진 12억6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지난해 11·15대책 전에 13억5000만원 하던 호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단지를 통틀어 5~6건에 불과하던 매물도 최근 16건으로 늘었다.

송파공인 최명섭 사장은 "분양가 인하와 대출 강화 등 정부 대책이 잇따라 발표되며 호가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강동구 고덕주공,송파구 둔촌주공 등 다른 재건축 단지도 관망세를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둔촌동 SK선경공인 박노장 사장은 "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집값이 떨어질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분양가상한제의 경우 그동안 각종 규제로 어차피 재건축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집주인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초구 서초·잠원동 일대 일반아파트에서도 추가 매물이 나오고 있다.

서초동 씨티공인 안시찬 사장은 "작년 11·15대책 발표 이후 5000만원 안팎 떨어진 데 이어 지난 11일 대출규제 강화조치가 발표되면서 매물이 더 늘고 있다"며 "만기가 가까운 수요자들의 경우 대출금 상환 압력 때문에 매도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시장은 인파 여전

찬바람이 불고 있는 기존 주택 시장과는 달리 서울·수도권 청약시장은 대책발표 후에도 모델하우스에 인파가 몰리는 등 아직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방문객들마다 대출 규제와 청약가점제 조기 도입 등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어 실제 청약·계약률에는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건설업체들은 우려하는 분위기다.

1·11대책이 발표되던 날 문을 연 서울 종암동 래미안종암 2차 모델하우스는 주말 동안 5000여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현장 분양관계자는 "걱정했던 것만큼 분위기가 가라앉지는 않았지만 '사야 되나 기다려야 되느냐'는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견본주택을 개관한 수원 서수원자이도 하루 평균 2000여명이 방문했다.

회사 관계자는 "중대형 아파트까지 청약 가점제를 앞당겨 시행하기로 하자 청약점수가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젊은층의 수요가 상당수에 이른다"며 "특히 입주 후 전매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서울·용인 등에서 온 투자자들도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호가 하락세 확산될 것"

전문가들은 1·11대책 발표로 기존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당분간 거래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최소한 봄 이사철이 시작되는 2월 말~3월 초까지 약세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새 아파트 청약시장도 청약률이나 계약률이 갈수록 낮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분양업체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대출규제 강화에 따른 수요위축에 대비해 중도금 50% 이자 후불제 등 혜택을 늘리고 있지만 실제 계약률은 기대치보다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무주택기간이나 자녀 수,연령이 많은 무주택자는 굳이 서둘러 청약할 이유가 없지만 집을 넓혀가려는 유주택자들은 9월 전에 청약하는 게 유리한 상황"이라며 "결국 무주택자와 유주택자들의 줄다리기가 향후 청약시장 판도를 결정하는 핵심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미·박종서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