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11대책'을 통해 민간 업체가 택지개발 대상 토지의 50% 이상을 매입하면 나머지는 주공 토공 등 공공기관이 토지를 수용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민·관 공동 택지개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건설교통부는 "이 제도 도입으로 관리지역(옛 준농림지) 가운데 개발이 가능한 계획관리지역을 중심으로 민간 건설업체가 개발하는 공공택지의 공급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주택사업의 최대 장애 요인으로 지적돼 온 '알박기'도 상당 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정부가 추진한 택지개발 과정에서도 수용 저항과 민원이 갈수록 극심해지자 수용 가격을 높여주고 도로 등 지역 민원을 덤으로 해결해주는 방식으로 타협해온 게 사실이다.

이런 경험에 비춰볼 때 민간 건설업체들이 정부의 지원 아래 택지를 수용해 아파트 용지로 개발하는 것이 과연 건교부 설명대로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정부는 이 제도와 함께 택지수용 보상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상 시점을 현행 '개발계획승인 시점'에서 '예정지구지정 시점'으로 앞당기는 제도를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토지보상비를 둘러싼 토지주의 반발과 각종 민원은 현재보다 훨씬 커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민간택지 수용권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

민·관 공동 택지개발 방식은 민간 건설업체가 주택 건설용지의 50% 이상을 매입하면 주공·토공 등 공공기관이 대상 면적 전체를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한 뒤 수용권을 행사해 나머지 토지를 매입하는 것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민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및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에 따른 택지 공급 위축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 안에 택지개발촉진법령을 개정해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이 방식이 적용되면 민간 건설업체는 전체 개발 토지 중에서 자체적으로 미리 매입한 토지분에 대해 직접 단지를 설계한 뒤 아파트를 분양하고 민간과 함께 토지 수용에 참여한 주공 토공 등은 수용 토지 지분만큼 공공주택을 건설하게 된다고 건교부는 설명했다.

건교부는 "기업도시처럼 민간에도 사실상 토지수용권을 부여하는 조치로 택지 공급 확대에 주효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대형 건설업체들이 수용에 나선다고 할 경우 토지주들의 보상 기대심리가 정부(주공 토공)의 직접 수용 때보다 훨씬 커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정부 의도대로 택지 공급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또 건교부는 "이 제도를 통해 민간에 사실상 수용권을 줄 경우 '알박기' 폐단까지 근절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민간 업체들은 "제도가 바뀌었다고 순순히 수용에 응할 지주들이라면 처음부터 '알박기'를 하지 않는다"면서 "민원인들을 너무 순진하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계획관리지역 아파트 공급 숨통 기대

민·관 공동 택지개발 방식이 도입되면 정부 주장대로 택지 공급이 대폭 늘어나지는 않더라도 분양이 확실히 보장되는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권 주변의 계획관리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단지 건설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자체별로 세분화 작업이 진행 중인 계획관리지역은 옛 준농림지 가운데 택지 등으로 개발이 가능한 지역으로 지자체별로 계획관리지역 비율이 50~6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수도권의 경우 전체 면적의 약 15%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계획관리지역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난개발 방지와 투기 억제 등을 위한 규제 강화로 관리지역과 재개발·재건축단지 등의 택지 공급 기능이 사실상 막혀 있어 택지난이 가중돼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조치로 민간 택지 공급 기능을 활성화하는 길이 일단 제도적으로는 열린 셈"이라고 평가했다.

택지 규모·보상 방식 등 '산너머 산'

민·관 공동 택지개발 방식은 주공 토공이 개발해온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 비해 개발면적이 상대적으로 소규모로 작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계획관리지역에서 아파트를 지으려면 최소 면적이 30만㎡(9만평)를 넘어야 하지만 2종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경우 이 같은 면적규제가 10만㎡(3만평)로 완화돼 있는 상태다.

따라서 택지개발 면적 규모 하한선을 10만㎡로 정할 경우 난개발에 따른 부작용이 불가피해진다.

반면 30만㎡로 정하면 민간 업체의 재정 부담 등이 가중돼 개발에 나설 업체가 극소수로 줄어들어 택지 공급 효과를 거두기 어려워진다.

보상 방식을 둘러싼 기술적인 잡음 등 해결 문제도 한둘이 아니다.

예컨대 같은 토지를 놓고 민간이 사전에 협의 매수한 토지에 대해서는 '시세'가 반영되지만,공공기관이 수용하는 잔여 토지는 시세보다 낮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보상하게 돼 있다.

이 경우 잔여 토지주들의 반발과 재산권 침해 논란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