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증시가 급격한 조정을 받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새해 들어 79포인트를 날려버렸다.

기대했던 '1월효과'는 고사하고 경기선으로 인식되는 120일 이동평균선(1362.15)마저 10일 맥없이 무너져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 급락을 불러온 수급공백이 일시적으로 완화된다 하더라도 뚜렷한 호재가 없는 상황이어서 증시는 당분간 기간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다만 11일부터 4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되는 것을 계기로 기업의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는 점이 확인되면 연초 조정기를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매수주체 실종에 긴축우려

작년 말부터 시장의 잠재 불안 요인으로 남아있던 4조원대의 매수차익잔액이 정초부터 프로그램 매물 폭탄으로 현실화됐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프로그램매매는 지난 2일부터 6일간 1조1700억원대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10일에도 프로그램 순매도액은 4000억원을 웃돌았다.

개인은 연초 이후 이날까지 9700억원 가까이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약 4500억원,6400억원을 순매도해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쏟아지는 매물을 받아줄 주체가 없는 상황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일부 환매가 일어나고,신규자금이 해외펀드로 몰리면서 국내 증시로 유입되지 않는 점도 수급 불안을 가져오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긴축 우려와 자산가격 버블붕괴 가능성,세계경기 둔화 우려 등 대외 악재까지 가세했다.

가뜩이나 국내 금융권의 대출규제 강화 움직임으로 자금시장에 냉각기류가 흐르고 있는 가운데 중국 금융당국이 최근 지준율을 9%에서 9.5%로 올리면서 긴축이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일본도 오는 18일로 예정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증권 홍기석 증권조사팀장은 "일본 등이 잇따라 금리를 인상하거나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도미도식으로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며 "국내의 내부적인 불확실성과 맞물려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세 대응 전략은

당분간 보수적인 시장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중기추세선까지 붕괴된 만큼 회복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대신증권 함성식 책임연구원은 "지수가 경기선인 120일선 아래로 내려갔다는 것은 조정이 길어질 수 있다는 뜻"이라며 "장기추세선인 1330선 지지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작년 말까지 지수가 별다른 조정을 받지 않고 상승한 데 따른 부담이 크기 때문에 최근 주가 하락은 일반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조정"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펀더멘털 측면에서 아직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과도한 주가 하락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기술적 분석으로는 이미 바닥에 이르렀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며 "4분기 실적발표가 주가 안정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분석부장도 "낙폭이 과다한 종목을 중심으로 분할매수를 고려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