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내린다' 매수자 관망, '세금 많다' 매도자도 배짱
팽팽한 균형으로 집값은 안떨어져..2월 이후 변화올 듯


새해 부동산 시장이 '겨울잠'에 빠졌다.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수도권 아파트 중개업소에는 매수자의 발길이 뚝 끊겼다.

지난해 말 2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이뤄졌던 '반짝 거래'도 올들어서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렇다고 집값이 확 떨어지지도 않는다.

이달부터 2주택자의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자 매도자도 급할 게 없다며 느긋한 자세다.

매도.매수자간의 '눈치보기 장세'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반값아파트 공급과 분양가 상한제 시행,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확대 등 정부의 '융단폭격'식 주택.금융정책으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된 반면 양도세 부담 때문에 매도자도 쉽게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당분간 이런 정중동(靜中動) 상태의 심리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집값 내린다" 매수자는 관망 = 최근 서울, 수도권 주택시장에는 매수세가 완전히 실종됐다.

중개업소에는 가격을 묻는 매수자들의 문의전화도 거의 없다.

'겨울 이사철'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이는 11.15대책 이후 토지 임대부 및 환매조건부 아파트 공급,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 잇단 정부 방침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이르면 2월부터 주택담보대출의 DTI 적용 대상을 6억원 이하까지 확대키로 하면서 매수 심리는 더욱 꽁꽁 얼어붙고 있다.

강동구 고덕동 실로암공인 양원규 사장은 "작년 말에는 2주택자의 급매물이 일부 거래됐으나 올해는 급매물을 찾는 사람도 없다"며 "집값 전망이 불투명한 게 매수자들이 관망하는 이유"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 재건축 호재로 가격이 급등했던 과천시도 연말부터 냉기가 감돌고 있다.

중앙동의 대하공인 김화순 실장은 "분양가가 싼 아파트가 나온다니 매수자들이 집값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해 사지 않는다"며 "앞으로 대출이 막히면 거래가 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강북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서민들이 많다보니 분양가나 대출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전세마저 부진해 전셋값이 11월에 비해 500만-1천만원 정도 떨어졌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물건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 "어차피 세금낸다" 매도자도 배짱 = 하지만 정작 매매 가격은 아직 이렇다할 하락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매수자는 관망하고 있지만 집주인도 매물을 싸게 내놓지 않는 것이다.

이는 올해부터 2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로 세금이 늘어난 마당에 싼 값에는 팔 수 없다는 '보상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개포동 남도공인 이창훈 사장은 "작년 말에 시세보다 1천만-2천만원에 싸게 내놨던 매도자가 올해는 세금 때문에 그냥 정상 시세대로 받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매도자 가운데 팔리면 팔고, 안팔려도 무리해서 싸게 팔지는 않겠다는 배짱파가 늘었다"고 말했다.

길음뉴타운 일대는 지난해 10월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후 석달 가까이 매매 거래가 거의 끊겼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그대로다.

삼성래미안 1차 30평형이 경우 4억9천만-5억원으로 지난해 10월 가격선을 유지하고 있다.

길음동 오케이부동산 정운영 사장은 "매도자는 세금 때문에, 매수자는 집값 하락에 대한 기대감으로 서로 급할 게 없는 상황"이라며 "거래 공백 속에서 매수.매도자간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재건축 단지 가운데는 내림세를 보이는 곳도 있다.

지난 11월 13억5천만원을 호가하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34평형의 경우 지난 연말에 13억원으로 5천만원 하락한 뒤 이달 들어 다시 12억7천만원으로 3천만원 내렸다.

◇ 2월이 고비(?) = 전문가들은 이런 '힘의 균형'이 2월은 돼야 깨질 것으로 보고 있다.

RE멤버스 고종완 소장은 "이달 중 분양가 상한제, DTI 규제 등 대책이 발표될 예정이어서 매수자의 관망세는 이어지겠지만 양도세 부담 때문에 매도자도 섣불리 매물을 싸게 내놓을 수 없을 것"이라며 "당분간 시장을 지켜본 뒤 2월쯤 가서야 이사철 수요가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올해 방학 이사철이 예년보다 늦은 2월 이후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고 소장은 2월에 전세부터 움직이기 시작해 매매 시장도 차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2월부터 DTI규제가 6억원 이하 전 지역으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전세가가 매매가를 밀어올리는 것도 제한이 있을 것 같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전무는 "2월 구정 이후 매수자들이 움직인다고 볼 때 DTI 40% 적용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3억원 이하 소형 아파트부터 거래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정부 정책이 강력할 경우 2월 이후 급매물이 나오며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