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외교통상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5일 외무장관회담은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의 공조를 과시하는 자리였다.

송 장관이 장관 취임후 미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라이스 장관과는 이미 작년 11월 하노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회담을 가진 바 있다.

회담에서 두 장관은 북핵 6자회담을 비롯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주한미군 기지이전, 전시작전권 이양 등 양국현안은 물론, 동북아 및 글로벌 차원의 협력강화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두 장관은 100분 정도 오찬을 겸한 회담을 가진 뒤 15분간 공식기자회견을 갖고 회담내용을 발표했으며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뤘다.

두 장관은 "매우 유익한 회담이었다"고 만족해했다.

◇돈독한 한미동맹관계 과시 = 두 장관은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서로의 뺨을 맞대고 인사하는 `깜짝이벤트'를 벌이며 사적인 친밀도를 공개적으로 자랑했다.

라이스 장관의 이같은 우호적인 제스처는 청와대 외교안보실장 시절 `미국이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라고 언급, 일부 미국내 인사들로부터 `반미주의자'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송 장관에 대한 미국측의 앙금이 해소됐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두 장관은 또 양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동맹위기론'을 의식한 듯 돈독한 동맹관계를 강조했다.

라이스 장관이 회견 서두에 "우리는 전세계에서 한국보다 더 좋은 친구, 강한 유대관계를 가진 나라를 별로 갖고 있지 않다"면서 "정치.경제.안보분야의 굳건한 유대관계가 아태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한미동맹 현주소를 평가했다.

송 장관도 주한미군 재조정 및 재배치 문제 등을 언급하며 "한미동맹 관계가 미래의 필요와 열망에 걸맞게 더욱 굳건하고 탄력적인 형태로 발전돼가고 있다"고 화답했다.

라이스 장관은 특히 한국의 이라크 파병에 감사의 뜻을 전달하고 FTA 체결이 양국 경제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며 성공적인 타결을 희망했으며, 송 장관은 미국의 비자면제프로그램에 한국이 포함되는 문제와 관련, 양국 실무진이 이미 로드맵에 합의했음을 밝혔다.

◇"북한, 현실적인 대안 갖고 회담 복귀해야" = 양국 장관은 북핵문제를 놓고 한 목소리를 내며 `찰떡공조'를 과시했다.

두 장관은 13개월만에 재개된 지난 달 베이징 6자회담에서 당초 기대했던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차기 회담을 위한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며 미국이 한국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제시한 제안에 북한이 현실적인 대안을 갖고 호의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이구동성으로 촉구했다.

라이스 장관은 "2005년 합의한 9.19 공동성명에 규정한 대로 북한이 한반도의 비핵화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북한은 우리가 내놓은 제안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 장관도 "우리는 지난 달 제안에 대해 북한이 현실적인 대안을 갖고 회담에 나온다면 전향적이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는 데 합의했다"며 한미간 북핵공조전선에 이상이 없음을 역설했다.

6자회담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돼온 BDA문제와 관련, 송 장관은 "북한은 BDA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말고, 9.19 공동성명 이행문제와도 연계시키지도 말며 계좌문제 그 자체 맥락에서 풀어야 한다"며 북한의 `선(先) BDA 문제해결' 주장을 비판하고 미국입장을 거들었다.

미국의 입장은 큰 변화가 없었다.

라이스 장관은 BDA 문제가 6자회담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일부의 지적을 완강히 부인하며 "북한은 달러화 위조 등 불법활동에 개입해왔고, 어떤 정부도 이를 용인할 수 없다"면서 BDA문제는 미국에겐 법적 문제이며 그런 맥락에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현재로선 `정치적 고려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양국은 북한의 추가적인 핵실험 가능성에 한 목소리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경우 북한을 더욱 고립시킬 것"이라고 말했고, 송 장관은 "북한의 움직임을 면밀히 감시하기 위해 양국이 잘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송 장관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2일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의 국장에 참석한 뒤 3일 고든 잉글랜드 국방부 장관대리를 만나 양국간 국방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송 장관은 매년 반복되는 방위비 분담 협상 줄다리기를 막기 위해 객관적 데이터를 작성, 분담규모를 산출키로 하고 주한미군 기지이전, 전시작전권 이양 등 진행중인 국방현안을 기존 합의대로 추진키로 미측과 의견을 모았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의 회동은 게이츠 장관이 출장중이어서 성사되지 못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이어 송 장관은 4일엔 존 네그로폰테 국가정보국장(DNI)을 만나 북핵문제 및 북한내부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5일 오전엔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FTA 협상 및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 문제 등을 협의했다.

송 장관은 외무장관 회담을 마친 뒤엔 톰 랜토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을 만나 한미동맹관계 강화 및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의회차원의 협조를 당부했다.

송 장관은 당초 이번 미국방문동안 의회 인사들과도 폭넓게 만나 의견을 듣고 협조를 요청할 수 있기를 바랐으나 제110회 의회가 막 개회하는 바람에 많은 인사들과의 접촉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