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증시가 오늘 폐장된다. 코스피지수는 어제 종가를 기준으로 연초 대비 소폭 올랐고, 배당락(配當落)을 감안하면 사상최고치에 근접했다. 코스닥지수는 연초보다 18%가량 후퇴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모습이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그리 나쁜 성적표라 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결코 만족하기 어렵다. 미국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증시들은 경기호전을 동력(動力)으로 삼아 잇따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유례없는 활황장세로 한국 증시와는 대조적 흐름을 나타냈다. 무난한 외형적 모습과는 달리 실질적으로는 세계증시의 낙오자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증시가 상장사 자금조달 창구라는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상장사들은 투자자금을 끌어가기는커녕 오히려 보유 자금을 내놓아야 하는 처지였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기업들이 기업공개 및 유상증자 등으로 증시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5조원가량에 불과했지만 자사주 매입이나 현금 배당 등의 형태로 시장과 주주들에게 내놓은 자금은 13조2000억원을 상회했다. 8조원 이상의 자금이 상장사 호주머니에서 빠져나왔다는 뜻이다. 이 같은 자금역류현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심화(深化)되는 추세여서 우려가 더욱 크다.

외국인들의 한국증시 이탈 현상도 무시하기 어렵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말까지 11조원 이상을 순매도했고 시가총액비중도 40% 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게다가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성적표도 저조하기 짝이 없었다. 변동성이 그리 컸다고 보기 어려운 올해 같은 장세에서 대부분 기관투자가가 지지부진한 성적에 그친다면 적립식 펀드 등으로 모처럼 일어난 간접투자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의 과제 또한 명료(明瞭)하다. 특히 시급한 것은 상장유지 비용을 줄여 기업들에게 증시상장의 혜택을 돌려주는 일이고,이를 위해선 경영권 방어장치의 도입이 긴요하다.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는 것은 경영권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까닭이다. 또한 경제활력 회복 및 효율적인 환율관리 등으로 외국인투자자를 다시 끌어들이고,기관투자가들이 리스크 관리 고도화 및 투자기법 선진화를 통해 간접투자 열기를 이어가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