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악재가 터져 환율이 급락해도 무너지지 않았던 1350선이 내년에도 든든한 지지선이 될 것입니다. 이익에 비해 주가 수준이 낮은 은행 철강 정유주가 좋아 보입니다."

자산운용업 태동기인 1999년 설립돼 꾸준히 수익률 상위권을 유지하며 명성을 쌓고 있는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조재민 대표(44)는 내년 증시의 안정적인 상승세를 점쳤다.

"1분기에 1500을 돌파한 뒤 2~3분기 조정이 있겠지만 1350~1400에서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다.

4분기 지수는 1600~1700으로 내다봤다.

올해보다 좋아질 수급 상황과 풍부한 매수 대기 수요를 낙관론의 근거로 꼽았다.

"연기금의 신규 투자가 올해의 두 배인 10조원으로 확대되고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도 움직임도 사그라들 겁니다.

매수 대기 수요도 매우 많아 1350선까지 조정이 진행될 경우 대규모 매수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년 증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수로는 해외 경제와 국내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가능성을 꼽았지만 나쁜 결과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상장사들의 내년 이익은 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외환딜러 출신이기도 한 그는 "내년 원·달러 환율이 800원대로 추락할 것이란 일반적인 우려와 달리 900~920원에 머물며 안정적인 수익 증가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는 경상수지 적자 전환 등으로 인해 달러화 공급이 줄어들면서 환율이 안정될 겁니다.

다만 원·엔 환율은 하락세를 지속해 일본 기업과의 경쟁이 화두가 될 것입니다."

조 대표는 "기업이익과 주가의 변동성 축소로 인해 증시가 2~3년 정도 재평가 과정을 연장하며 점진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예상이익 기준으로 11~12배인 주가수익비율(PER)이 14~15배까지 갈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 "올해 증시는 횡보세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북한 핵이라는 메가톤급 악재와 환율 추락의 영향을 순식간에 회복한 점은 큰 수확"이라며 "북핵 위기가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장의 방향을 바꾸기는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5년쯤 뒤에는 일본식 불황과 유사한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이 그랬듯이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제조업 경쟁력이 중국 등 후발국으로 상당부분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5년 뒤에도 몇몇 대기업은 건재하겠지만 도요타가 잘 나갈 때도 일본 경제는 엉망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금융 유통 교육 의료 건설 방송통신 관광레저 등의 규제를 대폭 완화해 서비스업을 키우지 않으면 일본식 불황에 빠질 것입니다."

유망주로는 은행 철강 정유 등 저평가된 섹터를 꼽았다.

은행주는 성장 부진 우려로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주가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앞으로 배당을 확대하며 밸류에이션이 높아질 것이란 얘기다.

철강 정유사도 높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부가 제품으로 이전하며 성장성 둔화를 극복해낼 것으로 전망했다.

또 "투자 기간을 2~3년 정도 잡았을 때는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좋은 주식"이라고 추천했다.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구축한 까닭에 당장 이익으로 나타나지는 않더라도 점차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며 수익성을 높여갈 것이란 설명이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