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제기된 '전월세 인상폭 5% 억제' 방안을 놓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시장에 먹혀들어 전월세 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보다는 오히려 시장의 힘을 거슬러 전세대란을 부를 수 있다는 반대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 정책에 대한 반대의견의 핵심은 △전월세 값을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반시장적 재산권 침해인 데다 △인위적 가격 억제에 앞선 전월세 올리기와 이중계약서 성행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 경우 전월세 대란이 발생해 결국 서민들만 울리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전월세 값 5% 억제 논란

열린우리당은 22일 부동산대책특별위원회를 열고 민병두 의원이 내놓은 전월세 인상폭 5% 억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특위 내에서조차 반론이 많아 당론으로 채택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특위 위원인 당 정책위 변재일 제4정책조정위원장은 "전월세 인상 억제방안은 아직 특위안으로 정해진 게 아니다.

검증할 게 많은 사안이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국회 건설교통위원인 주승용 의원도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부동산특위가 당내 여론을 수렴하지 않고 쫓기는 듯 조급하게 일을 처리한다"며 "실현 가능 여부를 놓고 정부와 흥정을 벌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도 비판적이다.

일부 전문가는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위헌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집주인과 세입자 간 사적(私的) 계약을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며 "입법 과정에서 집 주인들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장왜곡…전세 대란 우려

'전월세 인상 5% 억제 방안'의 입법이 실제 추진될 경우 적지 않은 부작용도 예상된다.

가장 우려되는 게 아이로니컬하게도 전월세값 폭등이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새로운 전월세 규제가 시작되기 전에 집주인들은 서둘러 임대료를 올리려 할 것"이라며 "전세기간도 3년으로 길어지면 앞으로 3년간 못 올릴 것까지 한꺼번에 전셋값을 올릴 게 뻔하다"고 말했다.

이 경우 전월세 값이 폭등하는 전월세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무리한 가격 통제는 이중 가격을 형성하고 시장을 왜곡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경제부처의 한 간부는 "전월세 값의 인상폭을 연 5%로 억제하면 시장에선 이중계약서가 성행할 수 있다"며 "실제 최근 3~4년간 주택공급 위축으로 전월세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중계약서를 통한 편법적인 전월세 인상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고 걱정했다.


○'인기영합' 결국 서민 울려

전월세 가격 통제의 가장 큰 문제는 그 정책의 피해자가 결국 서민이란 점이다.

전월세 가격 규제가 지나친 전월세값 인상으로부터 세입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지만 나중에 전월세 대란의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가 입게 된다는 얘기다.

김경환 서강대 교수(경제학)는 "전월세 가격 규제는 시장안정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전월세 물량을 줄여 오히려 세입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게 지금까지의 경험"이라며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주택임대료까지 규제하려는 정치권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효과는 거꾸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병석·이정선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