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에만 4년이 걸렸어요.

(분양이 잘 된 건)타이밍도 좋았지만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전 직원이 힘을 모아 이뤄낸 결과입니다."

한화건설 김현중 사장(57). 인천 논현지구 '꿈에그린 에코메트로' 아파트에 대해 얘기하는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차 있었다.

남들이 '힘들다'고 고개저었던 아파트 3천여가구를 초반에 모조리 팔아치운데 대한 자신감이었을까.

그의 집무실 한 켠에는 마침 조감도와 배치도 등이 자랑스럽게 놓여있다.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을 민간이 추진한다는 게 참 힘들더군요.

직원들이 인천시청 앞에 사무실 차려놓고 4년이나 고생했어요.

고생한 만큼 결과가 좋아 다행입니다."

김 사장의 첫 인상은 꽤 소탈해보였다.

30년간이나 건축현장에 몸담아온 전형적인 '건설맨'의 우직함과 한 회사 CEO로서의 예리함을 함께 지닌 듯했다.

한 때 법관의 꿈도 꿔봤다는 김 사장은 이과 진학자가 많았던 집안 내력에 따라 공대(서울대 공업교육과)를 택했다.

졸업후 1976년 대우건설에 입사하면서 건설역정의 막이 오른다.

대우건설에서는 해외건설 현장에서 20년을 바쳤다.

리비아에서 1만3천가구의 주택과 학교 2천동을 지었고, 미국 트럼프월드를 비롯해 선진 주택 1만여가구 건설에도 참여했다.

1984년 영국 런던에 파견된 그는 해외공사 자재구매를 맡았고, 3년 뒤 귀국해서는 13년 동안 해외부동산 개발사업을 맡아 지구촌을 누볐다.

"당시 비즈니스 목적으로 가본 국가가 50여개에 이르고, 총 비행거리가 300만 마일을 넘는 것 같아요.

그 때 익힌 국제 경험이 큰 자산입니다."

그런 그는 2000년 ㈜한화 건설부문의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으면서부터 CEO의 길로 접어든다.

2002년 한화건설로 독립한 뒤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최근 3년간 연평균 수주 29%, 매출 10%의 성장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2001년 '꿈에그린'을 선보인 이후 5년만에 40개 사업장, 3만여가구를 공급했고, 당시 400여명이던 직원 수도 1천여명으로 늘었다.

시공능력평가는 취임 당시 35위에서 현재 14위로 껑충 뛰었다.

취임때부터 강조해온 '선진 디벨로퍼 건설사'에 대해 물어보자 김사장의 목소리 톤이 한층 높아진다.

"지금까지 건설이 '하드웨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합니다.

단순 공사 수주만 하는 게 건설사의 업무가 아닙니다.

핵심 기술력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기획부터 타당성 분석, 사업구조 개발, 자금조달, 설계.시공, 사후관리까지 종합 서비스를 제공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자는 것이죠."
마포 오벨리스크나 잠실 갤러리아팰리스 등 주상복합아파트와 최근 인천 논현지구 꿈에그린 에코메트로 등이 김 사장의 손을 거친 대표작이다.

그는 이런 역량을 토대로 2010년 안에 한화건설을 국내 10대 건설사에 포함시키는 게 목표라고 했다.

김 사장은 그 발판으로 2007년을 해외건설 사업의 원년으로 삼고 해외쪽으로 업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그룹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동 사우디, 동남아시아 등 산유국을 중심으로 신규 수주에 나서고 뉴욕 맨하튼, 알제리 등 미국이나 아프리카 지역의 해외 부동산 개발사업을 다각화할 것"이라며 "중동의 경우 수주가 조만간 가시화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기자가 선발 업체들이 많아 '오일머니'를 벌어들이기에 다소 늦은 게 아니냐고 걱정하자 "후발주자여서 오히려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다.

과거보다 경쟁이 심하지 않아 문제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슬쩍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고분양가' 문제에 대해 화두를 던져봤다.

"근본적인 문제는 땅값이 많이 올라 분양가가 내려갈 수 없다는 겁니다.

서울, 수도권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지 않았습니까.

건축비야 뻔한 겁니다.

건설사의 경상이익은 일반적으로 매출의 5-6% 선에 불과해요.

시행-시공사가 따로 있어 이익이 분산되는 것도 한 원인입니다."

정치권이 주도하고 있는 '반값 아파트'에 대해서는 "잘만 시행되면 건설사 입장에서도 나쁠 건 없지만 정부 재정 투입이 과다하면 후세가 결국 그 빚을 떠안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인재론' 펼쳤다.

"내년 역점 사업중 하나는 우수 인력 확보입니다.

건설업은 결국 사람이 재산이고 경쟁력이죠. 15년후 지금의 신입사원이 요직을 차지했을 때 일류 회사가 돼 있도록 열심히 초석을 다지겠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