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시트콤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방송 콘텐츠의 영화화 가능성 때문에 이 첫 시도는 방송가와 영화계 모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막을 내린 KBS 2TV 인기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감독 김석윤, 제작 청년필름ㆍ싸이더스FNH)가 영화로 재탄생했다.

영화의 감독은 시트콤의 PD가 맡았고, 예지원, 지현우, 김영옥, 김혜옥, 임현식, 우현 등 주요 배역이 그대로 등장한다.

다만 한영숙 씨가 갑작스레 올 6월 별세해 그 자리를 서승현이 메웠다.

시트콤은 탄탄한 캐릭터가 성공의 제1요건이다.

시트콤 '올미다'는 30대 노처녀 세 명과 할머니 세 명, 그리고 '연하남' 지 PD를 내세우면서 캐릭터 인지에 성공했고, 세대를 아우르는 독특한 시각으로 결혼과 연애에 접근해 마니아층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1년간 방송됐던 시트콤을 110여 분의 영화로 재가공하는 게 가장 버거웠을 것이라는 건 충분히 짐작되는 일. 김석윤 감독은 32살 노처녀 미자(예지원)의 이야기로 압축했다.

미자와 지 PD의 연애담 사이에 세 할머니들이 젊은이들 못지않은 감각적인 코믹 연기를 선사하고, 임현식과 우현은 웃음을 주는 한편 진중히 자리를 지킨다.

편집의 엉성함이 다소 거슬리기는 하지만 웃음의 포인트와 웃음의 한계효용 가치를 아는 감독의 요리 솜씨와 이미 캐릭터를 체득해놓은 능수능란한 배우들의 연기로 이 영화는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 있는, 대중 취향의 코믹 상업영화로 손색없다.

거기에 감독이 주장하고 싶었을 노처녀(미자), '백수'(미자 외삼촌)가 아닌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반성의 시간이 중압감 없이 담겨 있다.

'할머니도 여자'라는 단순한 명제가 담고 있는 메시지도 무리 없이 전달된다.

32살 노처녀 미자. 미자는 세 할머니와 아버지, 외삼촌과 함께 살고 있다.

매사에 큰소리 뻥뻥 치는 큰할머니, 사랑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소심한 작은할머니, 공주병 증세가 있는 막내할머니와 딸 시집보내는 게 소원인 아버지,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해 살림을 도맡아 하는 외삼촌.

미자는 방송국 성우지만 일도 사랑도 실수투성이다.

키스를 해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에 가물거릴 만큼 연애와도 담쌓고 산다.

그런 미자 앞에 '싸가지없는' 지 PD가 나타난다.

지 PD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미자를 구박하지만 미자는 그런 지 PD에게 '꽂힌다'.

미자는 지 PD의 전화 한 통에 자기에게 관심이 있는 걸로 착각하고, 단 둘이 술을 마시게 되자 진도가 나갔다고 여기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지 PD와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

그러던 차에 방송국에서 바람둥이로 소문난 박 PD가 미자에게 심상찮은 접근을 해온다.

한편 세 할머니에게도 나름대로의 사건이 벌어진다.

소심한 작은할머니가 표구사 할아버지에게 연정을 품게 된 것. 큰할머니가 동생을 위해 연애 코치를 자처하고 나서면서 크고 작은 소동이 일어난다.

외삼촌도 풍파를 겪는다.

미자 결혼 밑천으로 마련해놓은 돈을 주식형 펀드에 넣었으나 주가 하락으로 원금도 찾지 못하게 되자 엉뚱한 생각을 품게 되는 것.

기본적으로 코믹 영화지만 사람들의 부조리한 선입견에 대해 촌철살인 격의 일침을 가하는 게 찡한 감동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2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