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는 국부(國富)와 분배를 연구하던 중,상류층 20%가 나라 전체 재산의 80%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후 많은 경제학자들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이 신기하게도 20%의 소수가 80%를 지배한다는 법칙을 알아냈다. 소위 '20 대 80'이라고 하는 파레토 법칙은 이렇게 탄생해 오랜 기간 현대자본주의 시장원리의 하나로 각광을 받아왔다.

'작은 것은 살아남을 수 없다''승자만이 모든 것을 가진다'는 비즈니스 황금률인 파레토 법칙이 깨지고 있다. 과거에는 베스트셀러 제품이 시장의 80%를 점유하고,20%의 군소제품들이 나머지 시장을 나눠 가진다고 했으나 이제는 반대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틈새시장이 커지면서 파레토 법칙에 대한 반란이 일어난 셈이다.

이 같은 새로운 현상이 '긴꼬리(The Long Tail)'경제라 불리고 있다. 미국의 IT전문잡지 '와이어드'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이 2년 전 처음으로 이 용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비록 판매량이 적은 상품들이라 해도 시장에서 사장되지 않고 계속 판매된다 해서 긴꼬리라는 이름이 붙었는데,개별상품의 판매는 보잘 것 없지만 이들을 합한 전체 판매량은 상위제품들을 능가한다는 것이다. 긴꼬리가 머리보다 힘이 세지고 있다는 얘기다.

긴꼬리가 득세하는 것은 순전히 인터넷 덕분이다. 오프라인에서는 제한된 공간 탓에 모든 제품을 전시ㆍ판매할 수 없지만,온라인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공간과 품목을 넓힐 수 있어서다. 아마존닷컴이나 구글,이베이의 경우가 단적인 예일 게다.

'블루오션 전략'과 함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떠오른 긴꼬리 경제는 기존의 생산이나 판매개념을 싹 바꿔 놓을 것 같다. 고객의 욕구에 맞춘 소량다품종이 유행하고 가격 또한 파격적으로 조정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긴꼬리 경제가 종전 비즈니스 전략의 핵심이었던 '집중과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