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은 '불의 고리(Ring of fire)'라고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해 있으며 현재 22개의 활화산이 활동 중이다.

지난 9월에도 마욘화산이 폭발해 반경 8km 지역이 통제되고 있다.

이 중 20세기 최대 폭발을 기록한 피나투보화산과 세계에서 가장 작은 원추형 활화산인 따알화산으로 떠나보자.




▶피나투보화산

1991년 6월12일 엄청난 굉음과 함께 수백만t의 용암을 내뿜으며 폭발,수많은 희생자와 재산 피해를 냈던 화산으로의 여행은 설렘과 함께 긴장감을 안겨준다.

아침 일찍 지프니와 오토바이 자동차들이 북적거리는 수도 마닐라를 떠나 한적한 농촌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따른다.

북으로 2시간40분 정도 달려 탈락주 카스파시티 산타플리아나 마을로 들어서면 한글로 된 설명이 붙은 간판이 이색적인 스파타운에 도착한다.

한국인과 필리핀 현지인이 25년간의 개발권을 따내 공동 운영하는 이곳에서 피나투보화산으로의 모험이 시작되고 끝난다.

피나투보화산 정상에 오르는 길은 올드웨이와 긴 트레킹 시간을 줄이기 위해 새로 만들어진 스카이웨이 등 두 개의 길이 있다.

스카이웨이는 홍수로 유실돼 현재 이용 불가능한 상태.왕복 7시간이 소요되는 올드웨이로 사륜구동 자동차를 타고 떠났다.

마을 끝 검문소를 지나자 갈대가 무성히 자라있는 드넓은 화산재 평야가 눈앞에 펼쳐진다.

화산 폭발이 있기 전 미 공군기지였던 이곳은 엄청난 양의 용암과 화산재로 인해 사막처럼 황량한 벌판으로 변해버렸다.

피나투보가 쌓아 놓은 50억t의 화산재를 20여년 동안 빗물이 조각해놓고 열대의 식물들이 색칠해 놓은 기이한 모양의 산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는 회색의 화산강계곡을 따라 1시간30분 정도 달리면 더이상 접근이 불가능하다.

이곳에서 도보로 1시간가량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힘든 산행에 보답이라도 하듯 코발트빛의 아름다운 칼데라호수가 여행객을 맞이한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트레킹이 힘든 노약자를 위한 또다른 코스가 준비되어 있다.

사륜구동 자동차로 45분 정도 이동하면 노천 유황온천을 만난다.

계곡 곳곳에서 솟아나는 뜨거운 유황물이 흐르는 시냇물을 막아 온도가 서로 다른 3개의 탕에서 주변에 생성돼 있는 천연 유황머드를 바르고 온천물에 삶은 달걀을 먹으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엔 필리핀 원주민인 아이타족 마을을 거친다.

화전을 일구어 토란을 재배하고 바나나꽃 채취와 야생닭 사냥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은 자연에 순응하며 옛 생활 방식으로 살고 있다.


▶따알화산

마닐라에서 남서쪽으로 64km 정도 떨어져있는 따가이따이는 해발 700m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고원 도시인 따가이따이는 기후가 선선해 현지인들도 여름철 휴양지로 많이 찾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 덕에 필리핀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기도 하다.

그 중심에 따알화산이 있다.

칼데라호인 따알호수 위에 새로이 분화하여 생긴 이 화산섬은 피나투보화산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피나투보가 장엄하고 웅장한 남성 화산이라면 따알화산은 여성적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따알화산의 분화구에 도달하려면 호수를 건너야 하는데 배로 30분 정도 걸린다.

선착장에 도착하면 따알화산으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이곳에서 조랑말을 타고 출발해 원주민,가이드들과 함께 야자수가 울창한 원시 자연림을 헤치고 1시간 정도 올라 정상에 다다르면 분화구의 전체 모습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여기서부터 수직에 가까울 정도로 가파른 487개 계단을 내려가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면 진한 유황 냄새와 함께 하얀 증기가 피어나는 거대한 바위,끓는 물이 흐르는 개울,끊임없이 증기를 내뿜는 바위 구멍이 등이 마치 지옥 입구에 선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와 잘익은 코코넛 하나로 갈증을 해소하고 나면 화산 탐험 일정이 마무리된다.

카스파시티(필리핀)=박한규 기자 bigey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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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최대 쇼핑몰 '몰 오브 아시아'‥'부마 레스토랑'의 시푸드 맛소문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필리핀항공 세부퍼시픽항공 등이 인천~마닐라 직항편을 운항 중이다.

비행시간은 3시간30분.필리핀은 우리나라의 한겨울에 해당하는 11월부터 2월까지 여행하기 제일 좋다.

통화 단위는 페소.요즘 환율은 현금 매입 기준 1페소에 20원 안팎.110v 전기를 사용한다.

쇼핑을 하려면 마닐라에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 쇼핑몰인 '몰 오브 아시아'와 진주로 유명한 '그린 힐즈', 액세서리와 수공예품이 좋은 '티엔데시타스'를 찾는 게 좋다.

마닐라 '부마 레스토랑'의 시푸드가 맛있다.

따가이따이 지역의 유기농 야채 전문식당인 '소니아스 가든'의 음식도 맛깔스럽다.

필리핀관광청 (02)598-2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