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최초로 시작한 지상파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가 첫 전파를 송출한 지 1년을 맞았지만 열악한 수익구조, 빈곤한 콘텐츠, 시청자 외면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며 또다른 `IT버블'이 될 수 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6개 지상파DMB사업자들은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유일한 수입원인 총 광고매출이 13억2천900만원으로 사업자당 월평균 2천700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KBS, MBC, SBS, YTN 등 기존 방송과 달리 순수 지상파DMB사업자의 경우 일부 방송의 송출을 중단할 정도이다.

지상파DMB 단말을 가진 소비자가 230만명을 넘어섰다는 통계치도 나왔지만 무료로 제공되는 지상파DMB 속성상 최소 500만명은 돼야 광고 단가를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전해져 당장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뾰족한 수는 전혀 없는 상태이다.

다만 이동통신사인 KTF와 협조, 쌍방향성이 보장되는 데이터방송을 시작하게 되면 무료인 방송전파와 달리 유료인 이동통신망을 이용하는 시청자가 늘어나면서 교통정보, T-커머스 등을 통한 부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당초 지상파DMB 시작을 앞두고 이동통신사들이 지상파DMB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이동통신 서비스와 연계해 3천-4천원 정도의 요금을 받아야 사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던 것이 1년만에 현실로 나타나는 셈.
반면 일본에서 지난 4월 시작한 자체 모바일TV 표준인 `원세그(One-Segment)' 방송은 지상파DMB처럼 무료로 제공되고 있지만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이다.

올 4월에 시작했지만 연말까지 전국 85% 이상이 가시청 권역으로 확대될 만큼 급속히 발전, 관련 수요가 급속하게 늘 전망이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와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간토지역 7개 민방이 중심이 돼 방송을 시작한 `원세그'는 뉴스, 스포츠와 같은 일반 방송 이외에 일기예보, 재해정보, 프로그램 관련 정보 등의 데이터방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원세그 방송은 방송 화면 아래에 방송관련 데이터 화면(BML)을 표시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데이터 화면을 이용해서 방송과 인터넷간 원활한 융합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다.

또한 퀴즈 프로그램에 시청자가 동시에 참가할 수 있는 쌍방향 서비스와 TV홈쇼핑 주문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국내 지상파DMB 단말업체들은 한국시장을 내버려둔 채 거꾸로 일본에 진출, 원세그 방송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한국은 수도권 지상파DMB 6개 사업자 이외 지역 지상파DMB사업자를 선정할 경우 또다른 부실을 낳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과 한국이 지난해 6월 동시에 시작한 위성DMB가 한국에서는 가입자 100만에 육박하면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반면 일본의 위성DMB는 쇄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현상이다.

일본이 이처럼 성공을 거두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방송ㆍ통신 융합서비스가 다양하게 시도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데다 방송ㆍ통신 사업자들이 서로의 장점을 활용한 융합형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얻고자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야를 넓혀 전세계 시장을 봐도 지상파DMB 기술로 수출 한국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퀄컴은 자체 개발한 모바일TV 기술인 `미디어-플로' 기술로 버라이즌사와 손잡고 당장 내년 10월 미국 전역에서 이동방송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일본 KDDI는 이동통신망을 이용하는 미디어플로 특성을 활용, 휴대전화로 TV방송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노키아 역시 자사 중심의 `DVB-H' 기술 확산을 위해 모토로라ㆍ인텔 등과 손잡고 `모바일 얼라이언스'를 결성한 상태이다.

이미 영국ㆍ독일ㆍ스페인ㆍ프랑스 등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시험방송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고 미국과 이탈리아에서도 이를 채택할 움직임이다.

이처럼 미국, 유럽, 일본 등은 각자 자신들의 모바일TV 기술이 앞으로 세계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독자적 기술인 지상파DMB가 방통융합서비스에 대한 법ㆍ제도적 미비, 방ㆍ통사업자들의 자기 영역 지키기, 융합 콘텐츠 부족 등의 복합 요인으로 또하나의 `IT 물거품'으로 끝나고 말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서울연합뉴스) 류현성 기자 rhe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