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더니 토라진 것일까.

차세대 소프트웨어를 내놓으면서 한국 소비자를 배려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새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7(IE7)'이 말썽을 피우고 있는 터에 30일 발매한 차세대 운영체제(OS) '윈도 비스타'도 한국에서는 그대로 사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MS는 30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신제품 발매 행사를 열고 윈도 비스타 기업용과 '2007 오피스' 등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윈도 비스타는 최근 일부 기업에서 사용해본 결과 일부 인터넷 서비스와 충돌을 일으켰다.

윈도 비스타가 깔린 컴퓨터로는 인터넷 뱅킹이나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회사원 K씨는 윈도 비스타를 깔기 전에 문제 없이 사용했던 뱅킹 시스템이 실행되지 않아 깜짝 놀랐다.

인터넷 뱅킹 프로그램을 내려받으려 해도 '액티브X 컨트롤'이 아예 깔리지 않았다.

'인증서를 저장하기 위한 Xecure SSL 디렉토리 생성에 실패했습니다.

시스템에 디렉토리 생성 권한이 없습니다'라는 이상한 문구만 떴다.

문제의 원인은 K씨가 최근 PC에 설치한 윈도 비스타와 익스플로러7로 밝혀졌다.

MS가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액티브X 컨트롤 등 온라인 서비스에 필요한 기반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해킹 위험 요소'로 판단,차단해 버렸기때문이었다.

액티브X는 MS 판단대로 보안에 취약하다.

해커나 스파이웨어가 액티브X를 통해 침입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장애가 은행 사이트뿐 아니라 주요 포털과 게임,전자상거래 등 많은 사이트에서 똑같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윈도 비스타나 익스플로러7은 한국 인터넷 환경에서는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

MS가 이 점을 몰랐을 리 없는데도 한국 소비자들을 감안해 '한국판'을 준비하지 않았다.

한국MS는 "대다수 은행이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위해 평균 3개의 보안 프로그램을 내려받게 한다"면서 "보안 프로그램을 서버 단계에서 실행하는 미국 은행과 서비스 환경이 달라 한국에서는 호환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인터넷 서비스 주체가 윈도 비스타와 익스플로러7에 맞춰 기반 소프트웨어를 수정해야 한다.

한국MS는 12월부터 국내 금융사,포털,게임업체 등을 초청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방법과 샘플코드를 제공할 계획이다.

새 소프트웨어에 맞추는 수정 작업은 해당 업체에 맡긴다는 게 MS의 입장이다.

국내 업체들은 MS의 새 소프트웨어에 맞춰 '수정 작업'을 하든지 아니면 MS 새 소프트웨어를 무시하는 수밖에 없다.

MS의 차세대 소프트웨어 윈도 비스타와 익스플로러7은 국내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에 큰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 역시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MS는 윈도 비스타 일반인용은 내년 2월께 발매할 예정이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