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망명 중 독살된 러시아 연방보안부(FSB) 전직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의 죽음이 러시아의 석유 대기업 유코스의 매각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의 더 타임스 신문은 런던경찰청이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의 유코스 인수전에 대해 리트비넨코가 작성한 서류를 입수하게 됐다고 27일 보도했다.

런던경찰청은 리트비넨코와 러시아 재벌들 사이의 비밀 거래를 조사하던 중 푸틴 대통령 휘하 요원들이 유코스를 운영하는 푸틴의 적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정보를 담은 이 서류의 존재를 알게 됐다.

리트비넨코는 전 유코스 2인자였던 러시아 억만장자 레오니드 네브즐린에게 이 서류를 넘기기 위해 사망하기 몇 주일 전 이스라엘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났다.

네브즐린은 크렘린이 400억 달러 가치의 유코스를 매각해버린 후 생명의 위협을 느껴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도피했다.

네브즐린은 문제의 서류를 넘기는 게 리트비넨코의 "임무"였다며 "알렉산드르는 러시아 정부가 직접 개입해 저지른 범죄들에 대한 정보를 가졌고, 단지 최근에 유코스 매각의 가장 중요한 측면들을 알려주는 이 서류를 나와 변호인단에게 주었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진은 리트비넨코가 분명 유코스 인수전과 유코스의 강제 해체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관한 깜짝 놀랄만한 새로운 자료를 공개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최고 부자이자 푸틴의 정적이었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전 유코스 사장이 사기 및 횡령 등 혐의로 투옥돼 있는 동안 유코스와 연관된 몇몇 인사들은 의심스런 상황에서 실종 혹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진은 리트비넨코가 많은 올리가르흐(소수 특권재벌)와의 관계를 통해 주위에 적들을 만들었는지 조사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의 부자들 중 일부가 포함된 리트비넨코의 적과 친구 명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더 타임스는 말했다.

한편 방사능 오염의 가능성 때문에 연기됐던 리트비넨코 시신에 대한 검시가 27일 실시될 예정이다.

리트비넨코의 아내 마리나와 12세 아들 아나톨레는 검사 결과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고, 리트비넨코를 고용했던 러시아 망명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도 방사능 오염 검사를 받았다.

보건국(HPA)은 리트비넨코와 접촉했거나 리트비넨코가 들른 일식당과 호텔을 방문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방사능 오염 검사를 했으나 방사능 오염이나 아무런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