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기에다 대선국면이 겹치면서 국정표류(漂流)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를 제안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이런 청와대의 제안이 나오자마자 야당의 반응은 부정적이어서 과연 성사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우리는 지난 정권마다 말기에 들어서면서 국정이 표류하거나 마비된 사례를 적지 않게 보아왔다. 국익은 생각하지 않고 정파적 경쟁이 난무하는 가운데 외환위기까지 당했던 경험은 그런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결국 그로 인한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되고 만다.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또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여야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인준(認准) 문제로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민생·경제 관련법안들의 처리는 마냥 지연되고 있다. 국민연금,사법개혁,사학법,비정규직 문제 등 어떻게든 매듭을 지어야 할 사안들은 수북이 쌓여 있는데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내년 예산도 마찬가지다.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정부가 목표로 잡은 4%대 중반에 못미칠 뿐만 아니라 내년 상반기에는 3%대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환율은 계속 불안하고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유가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마디로 소비 투자 수출 물가 고용 등 거시경제 전반에 걸쳐 올해보다 더 어려운 한 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당연히 예산안에 대한 재검토를 비롯 경제운영 전반에 걸쳐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인데도 국회도,행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형국 아닌가.

청와대는 이 모든 것을 야당 탓으로 돌리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국정을 책임진 건 어디까지나 청와대와 여당이다. 자기 반성을 토대로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하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정치협상을 통하지 않고 여당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는 과감히 결단을 내림으로써 협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 모양새를 갖춰 면피나 하려는 자세로 임한다면 이번 제안도 또 하나의 정치적 술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야당도 민생과 경제를 생각한다면 이번 제안을 무조건 거부할 명분(名分)은 없다고 본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은 말로만 타협이니 협상이니 떠들지 말고 정말 국민을 생각한다면 무엇 하나라도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