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1.15대책이 기존 '수요 억제' 정책에서 '공급 확대' 쪽으로 방향은 잘 잡았지만 부작용이 우려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현재 계획되고 있는 신도시가 집값 안정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서울 및 강남 수요를 끌어들이는데 한계가 있고, 다가구.다세대와 오피스텔 건축기준 완화는 도심 난개발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철저한 대비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 수도권 외곽 공급과잉 우려 = 15일 전문가들은 신도시 개발로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은 시장에 공급이 늘고 있다는 시그널을 줘 장기적으로 집값이 안정되는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신도시의 경우 3-4년 뒤 효과가 나타나 당장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현재 2기 신도시의 경우 송파신도시를 제외하고는 서울 집값 안정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비 인기지역의 공급물량이 늘어나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인천 검단신도시를 비롯해 김포신도시, 영종지구, 청라지구 등 개발이 밀집된 인천권이 대표적이다.

연세대 김갑성 교수는 "신도시 입주가 본격화되는 2010년 이후에는 수도권 외곽은 집이 넘쳐 나고 강남권은 집이 부족해 가격이 오르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설산업연구원 박용석 박사도 "과거 70-80년대는 아무 곳이나 아파트를 지어도 분양이 됐지만 주택보급율이 높아진 지금은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해야 한다"며 "서울 인근 등 수요가 있는 '적재적소'에 신도시를 공급해야 추후 미분양 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치르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송파신도시와 같은 서울 강남권 대체 신도시는 중소형 분양가가 떨어짐에 따라 수요자가 몰려 청약 과열 현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도시 간선시설부담금을 국고에서 일부 지원할 경우 수익자 부담 원칙에 어긋나 다른 지역 사람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신도시는 분양가 인하를 위해 정부 재원을 투입하는 반면 민간 택지는 아무런 혜택없이 여전히 기반시설부담금 등을 내야 하고, 오히려 분양가 상한제 도입마저 검토되고 있어 형평성 문제가 크게 불거질 전망이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민간 택지의 분양가 인하를 위해 획일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기반시설부담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다세대, 오피스텔 규제 완화는 '글쎄' = 다가구, 다세대의 건축기준을 완화해주더라도 공급량이 크게 늘어날지는 의문이다.

일조권이 다소 완화되더라도 가구당 1대인 주차장 기준은 여전히 유지됐고, 1층을 필로티 구조로 지을 경우 공사비 증액 요인이 되기 때문에 건축주들이 얼마나 선호할 지 미지수다.

도우건축 서용주 대표는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졌고 서울지역은 상당수가 뉴타운으로 지정돼 있어 재개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라도 다가구, 다세대 건축이 예전만큼 활발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은 전용 15평 이하 등만 바닥난방을 허용키로 해 소형 오피스텔 단지를 양산할 전망이다.

이 경우 도심 주거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또 바닥난방을 허용해 주거용으로 썼다면 주택 수에 포함시켜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단속이 쉽지 않아 투자자들의 불법 증여나 탈세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

도심내 주상복합아파트의 주택 비중을 늘리는 것은 과거처럼 고가 분양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방안에서 절충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 계획관리지역 내 용적률을 현재 150%에서 180%까지 상향 조정키로 한 것은 아파트 공급증대에 일부 보탬이 되지만 당초 예상했던 최대 250%에는 못미쳐 효과가 반감했다는 지적이다.

◇ DTI 적용 확대는 의미없어 = 대출 DTI 규제를 수도권 투기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확대했지만 대상 아파트가 늘어나는 의미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종전 비투기지역의 6억원 초과 아파트는 서울 3천947가구, 인천 1천172가구 등으로 이번 조치로 DTI 적용대상에 새로 포함된 수도권 아파트는 5천119가구에 불과하다.

경기도는 6억원 초과 아파트 14만8천604가구가 모두 종전 투기지역내에 있어 투기과열지구로 확대한다고 추가될 게 없다.

반면 투기지역의 LTV가 예외없이 40%로 통일되고, 제2금융권의 LTV가 50%로 강화되면서 서민들의 내집마련의 길은 더욱 멀어졌다.

RE멤버스 고종완 소장은 "대출을 옥죄면 부자는 관계없지만 자기 자본이 부족한 서민들만 타격을 입는다.

이들은 월급을 모아 집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 재건축 규제.양도세 완화 등 후속대책도 검토해야 = 전문가들은 11.15대책의 공급대책이 당장 효과를 보지 못하는 만큼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소장은 "재건축의 일반분양분이 적어 공급 효과가 없다고 하지만 일단 새 집이 들어서면 누군가 와서 구매하고, 순환이 이뤄진다"며 "수요가 없는 수도권에 집을 많이 짓는 것보다 구매욕구가 높은 재건축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재건축은 개발부담금, 조합원 자격 전매 금지, 후분양 등 투기방지 장치가 많이 확보돼 있는 만큼 지금은 사업이 되도록 해줘야 한다"며 "안전진단 심의를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무리하게 용적률을 틀어쥐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양도세를 일시적이나마 완화해줘야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간과공간 한광호 사장은 "현재 매물이 품귀현상을 보이는 것은 과도한 양도세 부담도 한 원인"이라며 "절세 목적으로 증여를 하게 둘 것이 아니라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의 매물이 내놓고 팔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도시 분양가 인하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땅값 안정화 방안도 추가로 모색해야 한다.

강원대 장희순 교수는 "고(高) 분양가 논란을 빚은 서울시 은평뉴타운의 경우 높은 보상비 때문에 결과적으로 분양가가 비싸진 것"이라며 "보상 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땅값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공공기관 독점인 택지 개발권한을 민간에게도 부여하되 서로 경쟁을 붙여 분양가를 낮추는 회사에게 주고, SOC도로 등 광역교통시설도 책임지게 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