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아파트 우리가 먼저 '접수'한다."

최근 집값 상승 여파로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부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중개업소와 아줌마부대 등 전문 '꾼'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대거 선점한 뒤 웃돈을 얹어 되파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A시 K아파트의 경우 지난 9월부터 두 달간 미분양 아파트 200가구를 대상으로 추가 계약을 받은 결과 계약자 중 순수 실수요자들의 비중이 3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K아파트 분양대행 관계자는 "가을 이사철부터 실수요자들이 미분양 아파트에 관심을 돌리면서 두세 명의 계약자가 10가구 이상을 한꺼번에 계약하는 등 미분양 선점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실수요자들보다 앞서 물량을 확보하는 선계약 물량이 70% 안팎에 달한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렇게 선점된 미분양 아파트 가운데 상당수가 최근 집값 급등에 불안을 느낀 나머지 미분양 아파트를 찾아나선 실수요자들에게 가구당 500만~1000만원 정도의 웃돈이 붙어 넘겨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악용해 단기 시세차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집 마련을 준비 중인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이 미분양 아파트 계약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사이 일부 투기세력이 로열층 물량 등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실수요자들은 또 한번의 손해를 보는 셈"이라며 "최근 신도시 추가 건설 대상지나 후보지역 주변의 미분양 아파트의 경우 상당수가 이 같은 '꾼'들에게 넘어갔을 가능성이 큰 만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