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중산층 가운데 10명 중 서너 명은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섣부른 정책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섣부른 대책을 쏟아내기보다 시장의 자정기능을 믿고 맡겨두는 것이 부동산시장을 왜곡시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격안정에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현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면서 정책신뢰를 상실한 결과로 풀이된다.

12일 한국경제신문사가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에서 열린 재무설계 강연회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31명 중 81명(35.0%)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무슨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섣부른 정책을 쓰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종합부동산세 강화대책(8·31대책)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도입(3·30대책) △검단·파주 신도시계획(10·27대책) △분양가 인하 및 공급 확대계획(11·3대책) 등 잇달아 나온 정부 대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최근 집값이 다시 급등한 데 따른 정책 불신이 확산된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응답자들은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이유를 묻는 질문(복수 응답)에 대해 66.2%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꼽았다.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투기 억제정책이 거꾸로 부동산 투기를 유발시켰다는 비판이다.

다음으로 '수도권 공급부족'(36.8%) △저금리(23.8%) △일부 투기세력(18.2%) △아파트 원가상승(7.4%) △좋은 집을 찾는 성향(7.4%) 등이 집값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지적됐다.

부동산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더 오를 것이다'란 응답 비중이 38.9%로 '떨어질 것'이란 비중(34.6%)보다 약간 높았다.

그러나 그 격차는 4.3%포인트에 불과해 부동산시장 전망이 다소 혼란스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응답자의 절반(49.8%)가량은 가장 유망한 재테크 분야로 여전히 '부동산'을 꼽았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이 최근 들어 지나치게 많이 올랐기 때문에 추가 가격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지만,아직까지도 부동산이 가장 유망한 투자처라는 기존 인식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부동산 다음으로 유망한 투자처로는 주식(33.3%)을 들었고,채권(5.6%)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매우 적었다.

조사대상자들은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양질의 아파트 공급확대(28.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 같은 인식은 정부가 최근 신도시의 용적률을 높이기로 하는 등 공급확대 정책으로 돌아선 배경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분양가 인하(21.7%) △세부담 강화(9.5%)△금리 인하(1.7%) 등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으로 꼽혔다.

금리만 따로 떼어놓은 질문항목에서는 부동산을 잡기 위해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40.3%)는 응답과 '금리를 올려야 한다'(38.9%)는 응답이 비슷하게 나왔다.

저금리로 인한 시중의 과잉유동성이 부동산값 급등을 초래했지만,금리를 올릴 경우 소비감소와 투자위축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반영된 설문 결과로 해석된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