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인기를 끌던 미니 스커트가 11월 들어서도 불티나게 팔리는 등 계절별 패션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직장 여성들이 늘고,사회 전반적으로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옷의 기능성보다는 디자인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된 결과다.

계절에 상관 없이 다양한 스타일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패션 의류업체들도 최근 들어 '소품종 다량 생산'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바뀌고 있다.

계절을 잊은 패션 트렌드

패션업체 신원은 4~5년 전에는 각 브랜드별로 겨울에 나오는 반팔·민소매 제품이 전체 제품 중에서 2~3% 정도를 차지하는데 불과했지만,올해는 그 비중이 20%로 늘어났다.

디자인 수로 본다면 한 브랜드에서 대여섯 개에 불과하던 반팔 옷이 30개 정도로 늘어난 것.이 회사 브랜드 '씨'의 박난실 디자인 실장은 "패션의 계절별 특성이 파괴된 것은 패션의 전반적 현상이지만 그 중에서도 실내 활동이 많아지는 겨울에 더욱 두드러진다"며 "특히 2~3년 전부터는 여러 옷을 겹쳐 입는 레이어드 룩이 유행하면서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금강제화는 작년까지만 해도 10월 초에 새 부츠를 매장에 내놓았지만 올해는 출시 시점을 8월로 앞당겼다.

한여름에도 부츠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여름에만 신던 샌들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도 파티 문화가 확산되면서 한겨울에도 드레스 밑에 맨발이 드러나는 샌들을 찾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파티슈(party-shoe:파티용 샌들)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까메오'의 유지현 디자이너는 "2년 전부터 패션 리더들이 이태원이나 청담동 구두숍에서 겨울에도 맞춤 샌들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소량다품종 생산으로 돌아선 기업들

신원은 4~5년 전까지만 해도 한 디자인 당 제품 수를 2000장 정도 생산했지만 최근 1~2년 사이에는 150~500장으로 줄이고 대신 디자인 수를 두 배 정도 늘렸다.

고객들이 사람들이 많이 입는 옷은 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하는 흐름을 파악해서다.

대신 제품을 소량 생산해 먼저 출시한 다음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본 뒤 인기가 많은 옷은 '리오더(re-order:재주문)'하거나 '스팟오더(spot-order:한 제품을 지정해서 그 제품만을 생산하도록 주문하는 것)'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캐주얼 의류 브랜드 '후아유'는 고객의 개성이 점차 세분화되면서 작년에 비해 리오더 비율을 전체 상품의 35%까지 확대했다.

후아유는 특히 재킷이나 바지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다양하게 코디하기도 좋은 티셔츠와 남방에 대해 올 겨울에 50%까지 리오더를 늘릴 계획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