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쟁이'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요? '감동(感動)'이죠.감동을 잘해야 남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죠."

'생활의 중심(SK텔레콤)' 시리즈로 8일 '2006년 대한민국 광고대상'을 수상한 광고대행업체 TBWA코리아의 박웅현 제작총괄(임원급·46)은 '히트 광고'를 만드는 비결을 이렇게 표현했다.

"광고쟁이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아무래도 인문학적 소양인 것 같습니다. 많이 읽고 듣고 보고 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빈폴)','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KTF)' 등 대중들의 뇌리에 오래 남아 있는 광고를 여럿 제작해온 그가 밝힌 '비결'치곤 소박한 감이 없지 않다.

"광고하면 으레 아이디어가 번개처럼 떠올라 탄생한 것인 양 많이들 오해합니다. 사실은 영감(靈感)보다 꾸준한 관찰에서 비롯된 통찰력이 좋은 광고의 밑바탕이 됩니다."

'생활의 중심' 시리즈도 이 같은 원칙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

"요즘 여중생 교실 책상을 보면 휴대폰 액정이 보일 만큼 구멍이 뚫려 있는 것 아세요?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아야 그날의 데이트가 끝나는 연인들 풍속도 그렇고,2∼3년 사이 생활에 큰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그 중심에 휴대폰이 서 있고요."

콘텐츠에 대한 결정이 내려진 뒤엔 한 달여간 '발품'과 '손품'을 팔아 일상생활 속에서 휴대폰에 얽힌 에피소드 180개를 모았고 이 중 몇 개가 광고로 제작됐다.

"행복한 우연(happy accident)이라고 할까요. 좋은 광고를 만들겠다고 어깨에 힘주지 않고 문화 현상을 찬찬히 살펴보자는 시도가 먹힌 것 같습니다."

1987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광고판에 뛰어든 박씨.그가 생각하는 광고인은 어떤 모습일까.

"광고인으로서 늘 생각을 전환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그 땐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남들 하는 대로 그냥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말이죠."

그렇다고 '기인(奇人)'인 척 할 필요는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볼 광고를 만드는 데 나혼자 딴 세상 사람이어선 안되죠.다만 늘 '안테나'를 세워둘 필요는 있습니다. 예컨대 강남대로를 그냥 걷는 것과 '안테나'를 세우고 걷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거든요."

평범한 샐러리맨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 만큼의 연봉을 받고 있고 후학들을 위해 교단에 설 정도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그의 '장래 희망'을 물었다.

"지금 맡고 있는 'Must Have(SKY)' 시리즈가 잘 되는 게 소원이죠 뭐.아내의 재가만 떨어지면 한적한 시골에서 전원 생활을 즐기고도 싶고요."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