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까지 낸 나라에서 아프리카를 이렇게 대할 수 있느냐.'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8일 외교부 실국장회의에서 간부들에게 제1차 한-아프리카 포럼에 대한 언론의 무관심에 서운함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서 반 장관은 전날 한-아프리카 포럼의 첫 행사로 열린 장관 주최 만찬 및 리셉션에서 한국 기자들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평소 언론에 우호적인 발언을 주로 하던 반 장관으로서는 이례적인 언급이다.

한 당국자는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의 언론으로서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 듯했다고 전했다.

마침 7일 서울에서 한미 차관급 전략대화가 개최되면서 방한한 미 국무부 고위인사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외교담당 기자들의 관심이 집중됨에 따라 막상 한-아프리카 포럼은 뒷전으로 밀려났던게 사실이다.

반 장관의 서운함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당국자들은 입을 모았다.

지난 달 초 유엔 사무총장에 내정된 반 장관이 여태 장관 신분을 유지하면서 서울에 머무르고 있는 주된 이유가 바로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반 장관은 전날에 이어 8일에도 이번 포럼에 참석한 5명의 아프리카 정상들에 대한 예방을 지속하고 거의 15분 간격으로 쉴틈없이 방한한 아프리카 각국의 외교장관들을 만날 계획이다.

거의 `빈틈'이 없는 그의 일정은 이번 행사에 거는 기대를 대변한다.

실제로 올들어 반 장관은 아프리카에 특별한 공을 들여왔다.

그는 올 3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아프리카 방문을 수행하며 대 아프리카 지원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또 지난 8~9개월 동안 아프리카를 무려 8차례나 방문, 한국과의 양자관계 강화를 도모했고 한-아프리카 포럼을 기획하며 올 한해 대 아프리카 외교 활성화를 진두지휘했다.

그랬던 터라 반 장관은 이번 한-아프리카 포럼이 48개국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4~5일 성대하게 열린 중국-아프리카 포럼과 비교할때 너무 초라하게 비치지 않을까 우려도 했을 법하다.

일각에서는 한-중-일 3국을 순방 중인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부 차관 등 북핵 대표단 일행이 중국 방문을 가장 나중으로 미룬 이유가 중-아프리카 포럼으로 인해 중국 측이 6-7일은 피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라는 후문도 전해진다.

한 외교 소식통은 "외교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행사인데 타이밍 때문에 빛이 바래버린 게 무척 아쉽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동희 기자 dhsuh51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