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빨리 팔고 지방으로 이사를 가야하는데 매수자가 갑자기 거래허가를 못 받는 바람에 매매계약이 무산됐습니다.

재정비지구 등 재개발구역에서의 주택 거래 규제가 터무니없이 까다로워 피해가 큽니다."(장위뉴타운 김 모씨)

"가족 전체가 거주해야 한다는데 호적등본에 기재된 가족이 모두 모여 사는 집이 얼마나 됩니까.

아들이 지방 대학에 다닌다는 것까지 입증하면서 집을 사야 하는 게 무슨 법인지 모르겠습니다."(개봉동 장 모씨)

지난달 19일부터 재정비지구 내 토지거래허가 기준이 54평(180㎡) 이상에서 6평(20㎡) 이상으로 강화되는 바람에 실거주자들의 주택거래가 큰 제약을 받아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6평 미만인 대지지분이 없는 일부 개발구역에서조차 모든 매수자들에게 실거주 입증,기존 주택 처분계획,자금조달계획 등의 서류를 제출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 구청 지적과에는 하루 수십통씩 걸려오는 민원전화로 업무를 볼 수 없을 지경이다.

거래기준 면적이 작아지면서 지난달 19일 이후 거래신고 건수도 급증했다.

지난 2주간 허가건수가 이전 달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지난달 1~18일 서울의 16개 재정비지구 내 주택거래 허가건수는 19건에 그친 데 반해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2일까지의 허가건수는 65건에 달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건만도 106건에 14건이 접수대기 중이다.

현재 각 구청의 경우 거래요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접수조차 받지 않고 있어 실거주 거래를 원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예컨대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 내 두산아파트의 경우 원성이 특히 심하다.

이 단지는 존치지구(기존 건물이 그대로 유지되는 재개발구역)여서 재개발구역 내 아파트 신축과 관계가 없는 데도 거래제한 규제가 기존 재정비지구와 똑같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C구청의 한 관계자는 "하루 처리할 수 있는 토지거래허가 건수가 3~4건에 불과한데 최근엔 10건 정도씩 접수된다"며 "낮에는 상담전화 때문에 일을 못할 지경이고 거의 매일 오후 11시가 넘도록 야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허가 기준이 불명확해 같은 조건이라도 해당 구청에 따라 허가 여부가 제각각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투기수요 차단을 위해 허가 요건을 6평 이상으로 강화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재개발을 통한 입주권과 상관없는 토지거래 기준의 탄력적 적용 등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