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변기에서 대변을 본 뒤엔 뚜껑을 닫아라. ' '넥타이는 약간 헐겁게 매라. '

SBS의 'TV 종합병원'을 통해 나온 조언이다. 변기의 물을 내릴 때 세균이 퍼져나올 수 있으며,넥타이를 너무 꽉 조이면 목에서 뇌로 오가는 혈액순환이 잘 안돼 뇌졸중이나 녹내장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명연장 프로젝트'라는 부제가 달린 이 프로그램에선 출연자의 종합검진 결과를 토대로 예상수명을 알려준다. 그런 다음 분야별 전문의로 구성된 상담진이 고쳐야 할 생활태도 등 건강과 장수를 위한 처방을 내린다. '현재는 괜찮지만 단 것을 좋아하니 식습관을 바꿔라''뱃살은 만병의 근원이다,빼라' 등.

한국인 절반이 주요 관심사 1위로 건강을 꼽으면서도 정작 자기 몸을 돌보는 일엔 소홀하다고 한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3%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그러나 막상 '살 수 있는 날'이 정해진다면? 예상수명이 58세로 나온 연예인의 경우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 몸무게를 20여㎏ 줄이고 술도 덜 마시려 애쓴다고 들린다.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 누구나 '생년월일 체질량지수(BMI) 흡연 여부' 정도만 입력하면 즉석에서 언제 세상을 떠날지 알려주는 웹사이트(www.deathclock.com)가 관심을 모은다는 소식이다. 들어가봤더니 사망날짜 밑에선 그때까지 남은 시간을 초(秒)로 환산한 수치가 재깍재깍 소리와 함께 줄었다.

사람 일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고 목숨은 하늘에 달렸다고 하는 만큼 건강상태와 생활태도만으로 수명을 측정하는 일은 무의미할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눈 앞에서 생(生)의 남은 시간과 노력에 따라 그것을 늘릴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되면 마음과 행동의 변화 모두 조금은 가능할 것이다.

운동,공부,나눔,사랑 등 말로만 밤낮 "하겠다" 다짐하던 것들을 실천에 옮기고 해야 할 일과 거둘 일을 구분할 수도 있을 테고. 노벨문학상 수상자 비스와바 심보르스카의 시엔 이런 구절이 있다. "사는 동안 뭔가 해보려고 하면 서둘러야 한다. 해 지기 전에,첫눈 내리기 전에. 삶이 길다지만 언제나 짧은 것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