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인천 검단 신도시 건설계획 발표 이후 시중은행의 검단지점이 어수선하다.

집을 팔려던 사람들이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매물을 거둬들이는 바람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고객들의 해약이 속출하는가 하면,거주자 우선 배정을 노린 주민들의 신규 청약통장 가입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검단지점의 경우 신도시 발표 이후 2~3일 새 주택담보대출이 10억원 가까이 취소됐다.

매물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면서 집을 사려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고객들이 이를 취소하고 있어서다.

일부 고객은 아파트 계약금을 내려고 예금을 찾으러 온 사이에 다른 사람이 집값 전액을 다 내고 계약을 가로채는 바람에 다시 돈을 들고 은행으로 찾아오는 황당한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국민은행 검단지점의 대출담당자는 "갑자기 매매가 끊기는 바람에 대출 취소가 속출하고 있으며 신규 대출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 등 매우 어수선한 상황"이라면서 "대신 청약통장 가입자들로 영업장이 북적인다"고 말했다.

이 지점의 신규 청약통장 가입자는 최근 3~4배 급증했다.

유재석 하나은행 검단지점장도 "신규 청약통장 가입자가 평소보다 늘어났다"면서 "특히 아파트 큰 평수를 노리고 청약부금에서 청약예금으로 전환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유 지점장은 "신도시 발표 후 아파트는 호가가 너무 올라 신규 주택담보대출 문의가 급감한 반면 최근 상가 대출상담이 늘고 있다"며 "그동안 미분양이 많았던 상가나 토지 쪽으로도 고객들의 관심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는 주택담보대출 문의가 뚝 떨어졌지만 일부에선 미분양 아파트들의 분양 완료로 대출 관련 문의가 증가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김진우 우리은행 검단지점장은 "미분양됐던 검단지역 왕길동 동남아파트가 신도시 발표 하루 만에 분양이 완료 되면서 예전에 하루 평균 5~6건이던 대출 관련 문의전화가 10건 이상씩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창구에 청약저축과 청약예금에 대해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2배로 늘었으며 아파트 매매 계약이 취소돼 대출을 받으려 했던 고객들이 대출을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검단지점 관계자는 "아파트 계약을 위해 예·적금 통장을 해약했다가 매매가 성사되지 않아 씁쓸해하며 돈을 도로 가져오는 고객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를 팔고 큰 평형으로 가려던 한 고객은 본인의 아파트 매도 계약금을 들고 구두계약했던 매입물건을 계약하러 갔다가,매물이 거둬들여지는 바람에 매도 계약금의 2배를 물어주게 된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자신의 아파트도 1주일 사이에 7000만~8000만원이 뛰어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이더라"고 전했다.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의 증액이 가능한지를 묻는 문의 전화도 은행에 쏟아지고 있다.

신도시 발표 이후 이 지역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추가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사실상 시세를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라면서 "국민은행이 제공하는 부동산 시세는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당장 대출 증액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박성완·정인설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