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5 재보선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이 '새판짜기'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고 건(高 建) 전 총리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범여권의 차기대권주자로 거론되면서도 정작 정치세력화 문제에 대해서는 답답할 정도로 신중한 자세였지만, 이젠 여권발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조짐이다.

고 전 총리와 가까운 우리당의 한 의원은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제 고 전 총리가 나설 때가 됐다"며 "조만간 고 전 총리의 정치 프로그램이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 전 총리는 정계개편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우리당 내 정계개편 논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고 전 총리가 우리당에 대해 빠른 시일내 제3지대에서 `헤쳐모여' 방식으로 신당을 창당하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 전 총리는 전날 김덕봉(金德奉) 전 총리공보수석을 통해 "국민이 집권여당에 무엇을 원하는지 헤아려야 한다"며 "지금이야말로 중도실용개혁세력의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고 전 총리가 우리당에 대해 제3지대에서 통합신당을 건설하자고 제안할 경우 정계개편에 대해 여러가지 주장이 맞서있는 우리당 내에서 헤쳐모여식 통합신당론이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이 향후 통합의 대상으로 설정한 다양한 정치세력 가운데 가장 유력한 정치인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고 전 총리는 자신의 자문그룹인 `미래와 경제'의 지방조직 창립식 등의 기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 같은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미래와 경제는 다음달 초부터 청주와 부산, 광주 등에서 잇따라 지부 창립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고 전 총리측은 "줄탁동기(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어미와 새끼가 안팎에서 동시에 알 껍데기를 쪼아야 한다)란 말처럼 통합신당도 안팎에서 동력이 있어야 성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