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 IT부장 >

온라인게임업체 A사장은 동창 모임에는 발길을 끊기로 작심했다. 친구들 만나면 "니네 회사는 바다이야기랑 무관하냐" "정말 괜찮냐"며 기가 막히는 질문을 하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고 반박도 하고 "온라인게임은 한국이 세계 최고인 유망산업"이라고 설명도 해봤지만 믿으려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B사장은 "바다이야기 파문이 터진 지 두어 달 지나면서 죄 없는 온라인게임업체들만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게임=도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난 탓인지 쉽게 풀릴 일도 꼬이기 일쑤라는 것. 그는 "게임업체 사장들을 만나면 '요즘 같으면 관두고 싶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로 온라인게임업계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기 짝이 없다. 온라인게임은 바다이야기류의 아케이드게임과 장르부터 다르다. 온라인게임은 개발에만 1년,2년이 족히 걸린다. 스토리 구성에서 컴퓨터그래픽까지 다양한 기술이 들어간다. 반면 바다이야기 같은 도박게임은 한두 달이면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 단순하다.

온라인게임이 유망하다는 A사장의 항변도 허튼 소리가 아니다. 온라인게임 수출은 2002년 1억4079만달러에서 2005년엔 4배인 5억6466만달러로 늘어났다. 큰 수치는 아니지만 온라인게임을 수출하는 나라는 한국 말고는 거의 없다. 이런 추세대로 가면 2008년께는 20억달러,2015년께는 100억달러도 넘볼 수 있다.

온라인게임 강국인 한국은 e스포츠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프로게임리그가 한국만큼 활성화된 나라가 없다. 외국 게임업체 관계자들은 서울 용산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펼쳐지는 게임 대회를 보여주면 깜짝 놀란다. 최근 입대한 임요환 선수 팬클럽 회원이 60만명이나 된다고 알려주면 믿으려 하지 않는다.

온라인게임이 유망해지자 세계적인 업체들도 뛰어들었다. 특히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추격이 무섭다. 소프트뱅크는 두루넷에 투자해 돈을 날렸지만 초고속인터넷 노하우를 배워 'e재팬'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그 결과 일본에 한국 못잖은 인터넷 인프라가 구축되자 온라인게임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 온라인게임 업체를 인수하거나 제휴하는 사례도 많다. 2004년에는 중국 샨다가 액토즈소프트를 사들였고 작년에는 일본 소프트뱅크 계열 겅호온라인이 그라비티를 인수했다. 세계 최대 게임업체인 미국 EA는 한국 네오위즈와 손잡고 '피파온라인'을 개발했다. 지금도 업계에는 인수설이나 제휴설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 업체들은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고 있다. NHN(한게임) 넥슨 엔씨소프트 등은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서 이미 자리를 잡았다. 미국과 유럽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온라인게임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 마음이 편치 않다. 더구나 일본 업계에서는 "곧 한국을 추월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바다이야기 파문이 터진 후 정부의 온라인게임산업 육성 의지도 전 같지 않다. 게임산업이 자기네 소관이라고 다투던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도 요즘엔 아무런 말이 없다. "정부가 온라인게임을 키우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