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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칼럼] 불확실성 키우는 상법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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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安鍾範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

    내년 경제가 걱정이다. 미국의 성장둔화와 달러 약세, 그리고 엔저(低)와 같은 대외적 악재로 인해 수출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가 내년에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결국 수출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다.

    이 불을 끄는 유일한 주체는 바로 기업이고, 이들 기업에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투자다. 그런데 지금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살아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금리가 충분히 낮은데도 기업은 사내에 자금을 유보할 뿐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느끼는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불확실성이 시장이 아닌 정부에 의해 조성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반기업 정서' 역시 기업들의 투자의지를 꺾는 주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 입법예고된 상법개정안을 보더라도 이러한 불확실성과 반기업 정서를 또다시 부추기는 것처럼 보인다. 개정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중대표소송제,회사기회의 유용금지,집행임원제도의 경우 재벌들이 지배력 강화를 위해 각종 편법을 동원하던 것을 법으로 차단하겠다고 내놓은 것이다. 특히 모(母)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이중대표소송제의 경우 재벌의 경영권 편법승계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법적 규제는 못된 기업뿐만 아니라 착한 기업이나 열심히 투자하려는 기업의 의지도 함께 꺾어 투자를 꺼리게 한다는 문제가 있다.

    우리 사회에는 기업, 특히 재벌을 기득권 집단 내지 '가진 집단'으로 분류해 이들이 하는 활동에는 시종일관 색안경을 끼고 보는 국민정서가 형성돼 있다. 그래서 이들을 견제하는 그 어떤 법적 노력이나 조치는 늘 환영을 받곤 한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법적 조치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한다. 이중대표소송의 경우에도 모회사 주식 1% 이상을 가져야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한 현재의 개정안이 소액주주에게는 기회가 없다며 0.01%로 낮출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 자회사의 지분 50% 이상을 소유해야 소송제기권이 생기는 모회사가 우리 나라 기업집단의 경우 33%에 불과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도 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편법 상속의 의심을 받고 있는 일부 재벌을 벌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이 자유자재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최우선 과제인 셈이다.

    법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대상으로 만들어지고 집행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법은 늘 과거를 상대로 만들어지곤 했다. 아이러니는 설사 과거의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법이라 할지라도 실제 집행에서는 여러 이유로 유연하게 처리돼 왔다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강철 법에 고무줄 집행'인 셈이다. 재벌의 경영권 편법승계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전격적으로 도입된 상속세 완전포괄주의와 상속세율 인상이 과연 기대했던 효과를 가져 왔는가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우리의 법도 앞을 보면서 만들어져야 한다. 세계에서 전례가 없는 법을 만들어 단칼에 처리하겠다는 조급함과 무모함도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 진정으로 재벌의 전횡(專橫)을 막으려면 새로운 법을 도입하기에 앞서 기존 법을 어떻게 하면 엄격하게 적용해 예외없이 범법에 대한 책임을 지울 수 있는가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다. 불법이 드러나면 정치적으로 해결하거나 벌금명목으로 기부금을 헌납하는 것으로 무마되는 우리의 현실을 무덤덤하게 지켜보면서,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법을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지와 무책임의 극치로 여겨질 뿐이다.

    지금은 법을 새로 만들어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으려 할 게 아니라 그냥 우리 기업들이 기업을 잘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게 최선이다. 해외로 나가려는 우리 기업을 붙들어 두고 기웃거리는 외국기업을 끌어당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법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그래야 투자가 살아나고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도 살아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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