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크씨 "총 3명 살해" 궁금증 증폭

서래마을 영아 유기 사건 피의자인 프랑스인 베로니크 쿠르조(38.여)씨가 12일 한국에서 살해한 2명을 포함해 3명의 아기들을 살해했다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종 수사 결과에 더욱 눈길이 쏠리고 있다.

베로니크씨는 프랑스 경찰에 체포된 뒤 2003년 11월 집 욕실에서 15분간 순차적으로 이란성 쌍둥이를 출산 직후 목 졸라 살해했고 한국에 들어가기 전인 1999년 7월 프랑스에서 다른 한 명을 몰래 낳은 뒤 살해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베로니크씨가 한국에서 살해한 아기들이 이란성 쌍둥이가 아니라 2002년과 2003년에 잇따라 출산한 형제란 보도도 나오고 있어 사건의 실체를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베로니크씨는 자신의 단독 범행이며 남편은 임신과 출산 및 유기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사건과의 무관함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편이 개입되지 않은 단독 범행일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이들이 쌍둥이인지, 언제 어디서 낳아 유기됐는지, 시신을 왜 오랫동안 냉동고에 보관했는지 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한국과 프랑스 당국의 수사를 통해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토대로 남은 의문점을 짚어본다.

◇ 왜 3명이나 살해하고 유기했나 = 정상적 부부 관계를 통해 태어난 아기들을 그것도 3명씩이나 살해하고 유기했는지가 이 사건의 핵심 의문점이다.

현재로서는 아들 둘(11세.9세)을 둬 더 이상의 친자를 원치 않는 베로니크씨가 뜻밖의 임신을 한 가운데 낙태 시기를 놓쳤을 가능성이 크다.

베로니크씨가 경찰에서 "아이들을 더 이상 원치 않았고 출장이 잦은 남편에게는 임신 사실을 숨길 수 있었으며 나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베로니크씨가 영아 3명을 모두 살해하는 극히 비정상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볼 때 심각한 산후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를 겪었을 가능성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베로니크씨가 1999년 7월 프랑스에서 살해한 아기 시신은 불태웠다는 점으로 볼 때 정상적인 정신 상태는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 수사당국은 현재 베로니크씨의 이해할 수 없는 행위가 정신병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이들 부부가 불화를 겪었다고 가정할 경우 베로니크씨가 남편에 대한 분노나 증오심을 `살해 뒤 유기'란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출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언제, 어디서 = 처음 프랑스에서 살해한 아기는 1999년 7월 낳은 뒤에 불태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서래마을에서 발견된 아기 2명은 정확히 언제, 어디서 낳아 유기한 것인지에는 여전히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베로니크씨가 자궁적출 수술을 받은 2003년 12월 이후에는 아기를 못 낳기 때문에 이들 부부가 한국에 들어온 2002년 8월과 2003년 12월 사이에 출산과 살해가 이뤄진 것만은 분명하다.

즉, 시신 발견장소인 서래마을로 이사오기 전 3년 동안 살았던 방배동 빌라에서 출산과 유기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아기들이 이란성 쌍둥이라고 가정하면 베로니크씨의 자백처럼 2003년 11월에 집 욕실에서 순차적으로 낳아서 목졸라 죽였을 개연성이 크지만 쌍둥이가 아니라 단순히 형제라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2003년 11월께 한명을 낳았다고 가정한다면 임신 기간 열달 전인 그해 2월과 한국에 들어온 2002년 8월 사이에 한명을 먼저 출산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임신 상태에서 입국한 베로니크씨가 2002년 말께 한명을 낳은 뒤 곧바로 임신해 다른 아기를 낳았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베로니크씨가 자주 집을 비운 남편에게 임신 사실을 숨길 수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볼 때 쌍둥이라면 눈에 띌 만큼 배가 많이 불러 온다는 점에 비춰 쌍둥이가 아닌 형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DNA 검사에서도 이 아기들이 일란성 쌍둥이가 아니며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란 사실만 확인됐을 뿐 이란성 쌍둥이인지, 순차적으로 태어난 형제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또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기 때문에 현장 조사를 통해서도 방배동 빌라에서 출산과 유기에 관한 직접적 물증은 확보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아기들을 살해했다는 베로니크씨의 자백에 비춰 산 채로 냉동고에 유기됐다기 보다는 숨진 채 냉동고에 유기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 남편은 정말 몰랐나 = 베로니크씨는 프랑스 당국의 조사에서 자신의 범행은 자백했지만 남편인 장-루이씨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3명씩이나 되는 아기들을 출산한 뒤 살해한 것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데다 베로니크씨가 자궁적출 수술을 받을 때 장-루이씨가 수술에 동의했다는 점에서 남편이 아내의 임신과 출산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범행 시기가 최소 2년9개월 이전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사까지 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전혀 몰랐을 수 있을까 하는 점도 의혹 투성이다.

특히 아기들이 쌍둥이라고 가정하면 아기들의 몸무게가 각각 3.24㎏과 3.63㎏에 달해 남편이 범행에 직접 가담하진 않았더라도 최소한 임신 사실은 알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프랑스 경찰은 이런 정황 등을 감안해 장-루이씨가 범행에 직접 가담하진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연루 여부를 집중 추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장-루이씨가 최초 신고자인 데다 베로니크씨가 2차례 3~4개월 정도 장기간 집을 비운 사실이 있어 남편이 없을 때 출산이 이뤄졌다면 정말 몰랐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정황으로 볼 때 원치 않은 임신을 한 베로니크씨가 남편 몰래 혼자 범행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