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벡호의 전술에 대해 총체적인 재해부가 필요하다는 축구 전문가들의 안타까운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1일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시리아와 2007 아시안컵 축구 예선 5차전에서 전반 9분 조재진(시미즈)의 헤딩슛으로 쉽게 경기를 이끌어 나가는 듯 했지만 전반 17분 단 한차례의 역습에 중앙 수비라인이 맥없이 무너지면서 동점골을 허용한 뒤 1-1로 비겼다.

특히 중앙 수비라인은 전반 40분 어이없는 백패스 실수로 상대 공격수에게 골키퍼 독대 위기를 내주는 등 전반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시안컵 본선 진출은 확정시켰지만 전문가들은 단조로운 공격 패턴과 수비수들의 포백 전술이해도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의문부호'를 달았다.

◇"수비전술의 전면 재해부 필요"

하재훈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은 "기본적으로 중앙 수비수들의 전술 이해도가 부족했다.

처음부터 다시 재검토에 들어가야 한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수비수들이 물러서야 할 때와 압박을 위해 전진해야 하는 순간에 대한 상황 판단이 떨어졌다"며 "위치선정에도 문제가 있었고 중앙 수비수 간의 커버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호 전 수원 삼성 감독 역시 중앙수비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었다.

김 감독은 "김동진(제니트)과 김상식(성남)이 원래부터 중앙 수비요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작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다"며 "골키퍼와 최종 수비진과 거리조절이 제대로 되지 못해 상대의 스루패스에 속수 무책으로 당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연습 때부터 포지션별 거리 조절 훈련이 필요했는데 오늘 경기에서는 수비수가 너무 일찍 전진하는 바람에 상대에게 골 기회를 내줬다"고 덧붙였다.

최진한 전 전남 드래곤즈 코치 역시 "중앙 수비수 두 명의 호흡이 잘 맞지 않았다.

동점골 직전 크로스가 올라올 때 김상식은 앞으로 나가고 김동진이 처지면서 골 찬스를 내주고 말았다"고 말했다.

◇"원톱에 의지한 너무나 단조로운 공격패턴"

베어벡호는 이날 조재진을 최전방 원톱으로 세우고 측면 돌파능력이 좋은 최성국(울산)과 설기현(레딩)을 측면 공격수로 배치하는 스리톱 공격라인으로 시리아를 상대했다.

전반 8분 최성국의 크로스를 조재진이 헤딩골로 연결하면서 전술이 맞아 떨어지는 듯 했지만 공격패턴을 상대에게 읽히고 난 뒤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고, 밀집수비에 막히면서 추가골 사냥에도 실패했다.

더구나 상대의 밀집수비를 측면 크로스만으로 뚫으려 시도하면서 번번이 상대 수비수들에게 차단당해 공격의 맥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말았다.

하재훈 기술위원은 일단 "시리아의 수비전술에 맞춰 측면과 공중볼, 중거리슛에 맞는 선수 기용은 적절했다"며 "이에 맞춰 헤딩에 능한 조재진과 측면 침투가 뛰어난 최성국 및 설기현을 투입하고 중거리포 능력이 좋은 김정우와 김두현을 미드필더로 세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진한 코치는 "측면돌파에만 너무 의존하면서 단조로운 공격패턴에 빠지고 말았다"며 "중앙 돌파 시도 대신에 단순히 조재진의 헤딩에만 의지한 건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경기 초반 송종국과 이영표의 오버래핑이 부족했다.

최성국과 설기현의 단독 돌파에만 의존했던 점도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김호 감독 역시 "조재진의 원톱 공격에만 매달렸는 데 과연 90분 동안 과연 골 찬스가 몇 번이나 오겠냐"며 "최전방에서 조재진과 측면 공격수들이 겹치는 현상도 나왔을 뿐 아니라 김두현(성남) 혼자서 원톱의 백업을 해주기에는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