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60만원대를 호가하던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 겸용 내비게이션 가격이 최근 40만원,30만원대로 내려온 데 이어 다음 달에는 20만원 후반대로 뚝 떨어진다.

불과 10개월여 만에 DMB 겸용 내비게이션 값이 절반 이하로 급전직하하자 관련 업계는 소비자들은 좋겠지만 제조사들은 출혈 경쟁으로 존립 기반이 흔들린다고 우려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고가 정책을 유지해왔던 파인디지털은 내달 7인치 LCD에 지상파 DMB 수신기와 내비게이션 기능을 결합한 제품을 29만9000원에 내놓을 예정이다.

7인치짜리 LCD를 장착한 DMB 내비게이션 가격을 20만원대로 내린 것은 경쟁사들엔 충격 그 자체다.

파인디지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연말께 3.5인치 LCD를 장착한 슬림형(두께 1.8cm) DMB 내비게이션 제품을 같은 가격에 내놓고 내년 1분기 중에도 같은 가격대의 신형 내비게이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파인디지털이 가격 인하를 주도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말 국내에서 가장 먼저 DMB 내비게이션 제품을 60만원대에 출시했던 현대오토넷도 최근 39만원대의 7인치 DMB 내비게이션을 출시한 데 이어 추가로 30만원 초반대 제품을 곧 출시할 계획이다.

두 회사의 이 같은 가격정책에 따라 현재 시중의 주류 제품인 40만~50만원대 제품은 조만간 20만∼30만원대 제품에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유사 제품의 가격이 채 1년도 안돼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셈이다.

가격 하락 속도가 너무 빨라 도태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살아남은 업체들 사이에서도 출혈 경쟁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장 규모는 지난해 60만대 규모에서 올해 120만대로 두 배가량 커지긴 했지만 이 사업에 뛰어든 업체가 난립해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의 경우 재고는 물론 신제품까지 마진을 포기하고 판매할 정도로 가격 경쟁이 치열하다.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국내 내비게이션 1위 업체인 팅크웨어 관계자는 "LCD와 메모리 DMB 모듈 구입에 들어가는 제조원가만 30만원가량 드는데 20만원대 제품이 나오고 있다"면서 "시장이 커진다고 해도 가격이 급락하면 결국 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비게이션이 MP3플레이어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MP3플레이어는 2년여 전 국내외 시장이 급성장하자 웬만한 중소 디지털기기 제조사들이 뛰어들었다 몰락했다.

요즘 내비게이션 시장도 MP3플레이어 몰락 과정을 그대로 밟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