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제약사 동아제약과 바이오 분야 전통 강자 LG생명과학이 생명공학 기술을 응용해 만드는 바이오(BT) 의약품 시장을 놓고 주도권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 10여년간 이 분야 시장에서 같은 종류의 치료제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적으로 내놓으며 세 차례 싸움을 벌인 데 이어 최근 네 번째 승부에 나섰다.

불임치료제 내놓고 네 번째 싸움

8일 업계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지난달 27일 독자 기술로 개발한 불임치료 관련 바이오 의약품 '고나도핀'을 내놨다.

불임치료용 바이오 의약품을 내놓은 것은 국내 최초이며 세계 세 번째라고 동아제약은 설명했다.

LG생명과학은 이에 맞서 곧바로 BT 관련 불임치료제 '폴리트롭'을 출시했다.

두 회사의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7월6일 동시에 승인을 받았고 같은 시기에 시장에 선보였다.

두 회사는 이 제품을 앞세워 국내에서도 점차 커지고 있는 불임치료제 관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 앞서 1993년 LG가 인간 성장호르몬 제제인 '유트로핀'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시장에 선보이자 동아는 같은 해 '그로트로핀'이라는 인간 성장호르몬 제제로 추격하면서 처음으로 BT의약품 시장에서 맞부딪혔다.

이어 95년에는 항암보조제 '류코젠(LG)'과 '류코스팀(동아)'으로 싸움을 벌였다.

이후 동아가 98년 '에포론'이라는 빈혈치료제를 국내 처음 개발해 내놓자 1년 뒤 LG측에서 '에스포젠'으로 응수하며 대결을 벌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BT의약품을 개발할 능력을 갖춘 제약사가 제한적이라 두 회사가 이처럼 겹치는 제품을 내놓고 경쟁하고 있다"며 "다국적 제약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 시장에서 이들의 경쟁이 국내 제약사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BT의약품에서 싸움 지속 예상

두 회사는 BT의약품 분야에서 신제품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어 지존자리를 놓고 벌이는 다툼은 더욱 가열화할 전망이다. LG는 93년에 출시한 인간 성장호르몬제 '유트로핀'을 변형한 '서방형 인간 성장호르몬제' 개발을 추진 중이다.

현재 임상 2상 마무리 단계에 와 있으며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해 이르면 2009년께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동아는 당뇨병 치료제 개발을 위해 유한양행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신약 후보 물질 단계에 머물러 있기는 하지만 신약 개발에 성공할 경우 상당한 폭발력이 있을 것으로 회사는 예상하고 있다.

동아는 10년 내 10개 정도의 BT의약품을 발굴한다는 목표다.

LG 관계자는 "81년 국내 처음 유전공학연구소를 설립해 BT의약품 연구 개발에 힘써 온 저력을 바탕으로 동아의 추격을 뿌리치고 이 분야에서 만큼은 비교 우위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체 매출(2132억원)의 약 40%에 해당하는 800억원가량을 BT분야에서 벌어들였다.

동아 관계자는 "현재 전체 매출에서 바이오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5.6% 정도(2005년 기준)에 불과하나 BT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국내 바이오 1위 업체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